정말로 훌륭한 영화였다.

빈곤하고 쭈글쭈글한 삶을 사는 주인공

그러나 그녀에게 왜 그렇게 삶을 사는가? 이것보다 더 나은삶이 있는데, 라고 말을 할 수는 없다.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안고 주인공은 거칠고 힘든 삶을 사는 것.

있는 그대로, 자연적인 삶을 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 사회에 빌붙는 순간이 종종 있고

심지어 어려울 때는 아예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도 있었다.

있는 그대로 살겠다면서 자본주의 사회에 몸을 담그는 행위는 그야말로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었지만 그것을 지적할 수 없는 주인공의 행동에

정말로 아련한 느낌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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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ief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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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는 높았지만 그렇게 좋은 작품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게임이 일직선 레일슈팅이다보니 드넓은 맵을 탐사하는 재미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 전투 부분은 좋았다. 끊임없이 전투지형이 바뀌었고 동시에 색다른 종류와 색다른 조합의 적들이 등장해서 전투때만큼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자칫 잘못했으면 전투가 지루할 수도 있었지만 개발자들은 그 부분을 극도로 경계한 흔적이 보였다.

살짝 아쉬운 점이라면 너무 인간탈을 쓴 적이 많다는 것인데, 그것들은 제각각 다른 종류의 타입과 공격방식을 가지고 있기에 똑같은 인간탈을 썼을지언정 매 전투마다 그것에 맞게 전략을 구사하고 움직여야 해서 신선함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그저 외적인 모습이 똑같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었다.

그러나 위에 언급대로 탐사라고 할만한 것은 앞을 진행하기 위해 숨겨진 열쇠조각을 찾거나 스위치를 찾거나, 결국은 짧은 거리를 저쪽왔다가 이쪽갔다가 되돌아오는 똑같고 진부한 매커니즘의 반복일 뿐이다. 레지던트이블 2편도 열쇠를 찾는 미션이 있으나 비 선형적 이라는 장점 덕분에 플레이어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깊게 고민을 요구했으나 4편은 일직선 이라는 점 때문에 그런 재미가 없다.

 

결론은 대부분의 팬들은 4편이 레지던트이블 시리즈 중에 최고라고 했으나, 나는 오히려 리메이크 2편을 최고로 치고싶다. 비선형적이라는 이점 때문에 게임이 훨씬 좋은 게임으로 와닿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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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ief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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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하자드2 리메이크(이하 RE2)는 그야말로 클래식한 게임이었다. 요새 트리플A 게임들에는 찾아보기 힘든 구불구불한 길찾기 요소 위에 각종 퍼즐들과 피 말리는 물자관리는 정말 매력적인 요소였다. 사실 요새 많은 게이머들이 이런 복잡한 요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다 보니 제외했을 법 했지만 고맙게도 제외하지 않았고, 그리하여 깊이 있는 완성도 높은 게임이 되었다.

나는 최소한 앞으로 나오는 게임들이 이러한 형태를 갖추기만 해도 불만이 없었을 것이다. 다음에 나오는 후속도 최소한 이것만큼만 해주기만 한다면 정말로 고마웠겠지만 그것과 달리 이번 바이오하자드 리메이크3(이하 RE3)는 시끄러운 잡음이 나오고 있었다.

 

RE2보다 훨씬 못 미치는 구성도.

RE2R.P.D. 본청이 주 무대이며 지하실부터 시작해서 복잡한 다층 구조와 구불구불한 길, 중간중간 퍼즐을 통해 게임을 진행하거나 혹은 도움이 되는 물자가 공급이 되었다. 거대한 건물 안에 수많은 방들을 하나하나 해처나가기 위해 열쇠를 찾고 단서를 찾고, 탐사하는 과정에 수십번을 왔다 갔다 했었다. 그만큼 치밀한 레벨디자인 이었기에 크게 기억에 남는 게임 레벨디자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RE3는 그런 주 무대라고 말할 수 있는 지역이 없다. 모든 구역들이 따로따로 분리되어 있다.

RE2는 초반 탐사를 하다가 중간중간 갈 수 없는 방들 혹은 막혀 있는 길을 조금 더 진행하고 다른 구역을 갔다 와야 개통되는 요소가 있었다. 이는 게임의 후반부 까지 이어졌고 게임 전체의 레벨디자인들이 치밀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임을 알 수 있었다. 각자의 구역이 개별적으로 따로따로 끊어져 있는 RE3 와는 정말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럼 따로따로 끊어져 있는 구역들만 비교해 봤을 때 RE3가 훨씬 볼륨감이 넘쳤나? 그것 또한 아니다. RE2도 주 무대는 R.P.D. 본청이었으나 하수구 챕터나 연구실챕터 등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챕터가 존재했지만 RE3보다 규모나 레벨디자인의 크기는 조금 더 컸으며 통로개방 진행, 깊게 탐사해야 하는 퍼즐들을 배치해 놓음으로써 실제 구역 같은 느낌을 주는 바 동시에 질 높은 분량을 주었다. 반면 RE3는 그런 것들을 너무 많이 빼놔 RE2에 비하면 너무나도 빈약한 수준이다.

더 안타까운 건 RE2에 있던 R.P.D. 본청 건물의 레벨 일부를 그대로 재탕했으면 그만큼 다른 레벨들을 신경을 써야지 그렇게 한번 날로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정도 밖에 못한 이들이 도대체 뭘 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RE2에 있었던 좋은 요소들이 대부분 축소 및 제거.

RE2의 합판 이라는 아이템은 R.P.D. 본청 중간중간 뚫려 있는 창문을 막는 유용한 용도의 아이템이었는데 이걸 어디에다가 사용해야 할지 플레이어를 충분히 고민하게 만드는 장치였으나 RE3에는 그런 장치가 빠져 있다.

RE2의 회복 아이템은 가짓수가 많았다. 중독을 치료하거나, 일시적으로 버프를 받거나, 물론 이 많은 가짓수를 조합을 통해서 제조가 가능 했었다. 그리하여 상황에 맞게 끔 뭘 조합해 들고 다녀야 할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요소였으나, RE3는 그런 것들을 대거 짤라버려서 단순하게 만들었다.

RE2은 유심히 관찰해서 특정 버튼을 누르거나 퍼즐 풀이가 필요한 아이템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RE3는 그런게 그냥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RE2에는 세이브 제한 난이도라는 훌륭한 난이도 선택지가 있었다. 세이브를 하려면 자원을 소모 시키는데, 그 자원까지 고려하며 게임을 해야 하기에 게임 내내 긴장감을 넘치게 만들었는데, RE3는 그런 난이도 선택이 없다.

RE2에는 플레이 하고자 하는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어 게임 진행을 색다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비록 초반부 몇몇 부분과 사용하는 무기가 다르더라도 전체적인 양상은 크게 다르다고는 할 수 없으나 리플레이 가치를 높이는데 한몫을 했다. 그러나 RE3에는 그런게 없다.

RE2의 퍼즐들은 다채롭고 양도 많았다. 반면 RE3에는 기억에 남는 퍼즐이 한두개 뿐이다. 위에 서술한 내용이지만 플레이어의 두뇌를 자극하는 퍼즐이 많았던 거에 비해 RE3의 퍼즐은 가짓수도 적고 있는 그것조차 깊이가 있다고 말 할 수준도 안된다. 퍼즐이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그냥 모든게 전작 RE2의 마이너 수준이다. RE2의 훌륭한 요소들을 대거 싹 잘라내 버렸으니 게임에 들어있는게 없다고 생각될 수밖에.

 

RE2보다 못한 RE3의 좀비들.

게임 시작 하자마자 거슬렸던 것은 좀비들이 특정 문짝을 넘어오지 못하는 것. 이게 어떤 문짝에서는 좀비가 잘만 넘어가다가 또 어떤 곳에서는 좀비가 안 넘어오고 하기도 하던데 RE2도 부분적으로는 그렇게 디자인 되어있긴 했으나 최소한 플레이어가 눈치채기 힘들게끔 만들었었고 R.P.D. 본청 안의 좀비들은 문짝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어 얘네들이 끝까지 나를 잡으로 오겠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주긴 했었다. 그런데 RE3에 특히 초반 바깥 야외에서 특정 문짝에 좀비들이 멀뚱멀뚱 거리면서 못 넘어오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작위적인 스크립트 행위를 관찰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생각없이 진행하다가 갑자기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지역도 있었고, 일관성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

RE2는 세이브와 창고가 있는 방에 절대로 어떤 좀비든 들어오지 않는 일종의 암묵의 룰이 있었다. 그래서 여기만 들어오면 안심하는 바 동시에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RE3도 똑같이 세이브 포인트 방은 안전지대이다. 이 곳에서도 좀비가 쫓아와 절대 안전지대는 없다는 걸 강조해야지 긴장감이 더 넘쳤을 텐데.

RE2에 플레이어를 제일 괴롭히는 보스격 좀비, 이름은 미스터X 인데 미스터X와의 접점은 정말 피말리는 사투 그 자체였다. 쿵쿵 거리는 발자국 소리를 내면서 드넓은 R.P.D.를 끝까지 쫓아올 기세로 집요하게 플레이어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혔다. 그렇기에 게임 진행에 있어 미스터X를 고려해 전략을 짜야 했다. 충분히 미스터X와 거리를 벌리고 미스터X가 다가올 경로를 예측 하고 다른 경로로 우회하는 등의 행위를 펼쳐야 했는데, 이게 게임의 마지막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기에 미스터X는 정말 까다로운 존재였고 그만큼 게임 플레이에 있어 흥분되는 요소였다. 물론 좀 작위적인 스크립트 배치 때문에 이상한 느낌을 받아 아쉬운 부분이 몇 개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미스터X는 플레이어의 긴장김을 크게 높이는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이번 보스격 좀비 네메시스는 미스터X에 비해 너무 빈약하고 모자른 존재다. 대형 무기도 쓰고 가끔씩 점프해서 플레이어 앞을 가로막지만 게임 내내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몇 없다. 처음 만났던 구역 안에서 쫓아오며 긴장감을 유발시키고 흥분하게 만들었으나, 그 때만 그랬을 뿐. 그 이후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가끔씩 스크립트식 연출 때 잠깐 등장했다가 다시 사라지고, 그거 몇 번 하면 중간 보스전으로 잠깐 상대하고 마지막 보스전 때 또 등장하고 끝이다. RE2의 미스터X에 비해 존재감이 없다. 심지어 어떤 가게 안에 들어갔더니 네메시스는 들어오지 않고 바깥 창문에서 멀뚱멀뚱 눈빛만 교환하는거 보고 긴장감이 팍 식기도 했다.

이는 위에 언급한 단점인 레벨디자인도 한몫을 하는데, RE2에는 주 무대인 R.P.D. 본청의 레벨디자인이 넓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기에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데 미스터X가 활개치는 것과 하모니를 이루어 게임 플레이의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그러나 RE3에 주 무대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의미 있는 구역도 없고 레벨디자인도 그렇게 구성되어 있지 않아 네메시스가 활동하기 에는 제약이 있을 수밖에.

보스전도 할 말이 없을 수가 없는데 RE2의 미스터X 보스전들은 패턴을 아는것과 동시에 순발력과 타이밍 계산을 요구를 해서 정말 피 말리는 진흙탕 혈투를 벌였다. 이를 악물며 발악이란 발악을 하며 힘겹게 미스터X를 처치하는 순간 커다란 성취감을 느꼈으나 RE3의 보스전은 패턴만 알면 그렇게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큰 어려움 없이 보스를 처치하고 나면 이게 끝이야? 하는 작은 황당함을 느끼게 된다.

 

의미가 없었던 강조된 액션성.

그나마 RE2와 달라진 점이라고 하면 총질 파트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인데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2명의 캐릭터, 메인으로 조종하는 질 발렌타인은 한정되고도 다양한 물자들로 버티고 해쳐나가는 컨셉인 반면 중간중간 등장하는 카를로스는 소총과 풍족한 총알로 마음껏 쏘고 다니라는 컨셉이다. RE2의 게임 내내 부족한 물자를 최대한 관리하는 컨셉에 대조되는데, 그래서 이 풍족한 총질 컨셉이 과연 의미가 있을 정도로 재미있었는가?

그렇진 않다. 카를로스는 그냥 총알 많이 달고 다니는 캐릭터 그게 전부다. 여기서 무언가 전략성에 특이점이 온 것도 아니고 하는 짓이라고는 빗나가지 않게 좀비의 머리를 정확하게 조준해서 쏘는게 전부다.

RE2에 잠깐 등장하는 에이다 웡과 너무 비교가 된다. 에이다 웡은 원격 해킹 장비를 통해 퍼즐들을 풀어나가는 게 흥미로웠던 반면 RE3의 카를로스는 그냥 총알이 많아 좀비를 많이 쏠 수 있다는 점 뿐인데, 그렇다고 좀비를 죽이는게 재미있지도 않고, 게임의 성격 또한 좀비 죽이는게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다.

좀비 죽이는 것에 재미가 포함되려면 치밀한 전략성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그런데 좀비 죽이는 것에 무슨 전략성이 있었는가? 오히려 좀비를 죽이는게 아니라 좀비와의 싸움을 피해 전략적 물자를 아껴 관리하는 행위가 재미있는 것이지.

중간에 방어전 하나가 있는데 이것도 그냥 그랬다. 주변에 전기충격을 가하는 발전기 같은 활용할 수 있는 환경적인 요소가 더 풍부했으면 큰 재미를 느꼈겠지만 고작 발전기 2개를 활용하면서 총질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 외에 회피시스템이 추가되었는데 설마 이걸로 게임 내내 다해 먹을 수 있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으나 다행이 이거에 의존해 게임을 날로 먹는 일은 없었다. 좀비들이 바글바글 있거나 특수한 좀비 상대로는 활용이 불가능에 가까웠고 네메시스의 공격을 피하는 용도도 처음에 네메시스가 쫓아올 때만 썼지 그 이후에는 네메시스와 마주치는 일이 별로 없었으니, 무엇보다 중반 후반부에 접어들면 쌓아 놓은 물자가 어느정도 풍족해져서 화력으로 맞서지 피하는 일은 거의 없다.

 

너무 RE2와 비교당해서 비판을 받아 억울할 수도 있겠는데, RE2의 비교를 하지 않는다는 선에서 평가를 해도 짧은 플레이 타임과 적은 개수의 퍼즐, 디테일 떨어지는 작은 규모의 레벨디자인 등 좋게 쳐줘도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평작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다.

 

전작 RE2의 요소들을 전부다 가져왔는데 그것들을 반으로 뚝 쪼개서 내놨다고 하면 적절한 설명이다.

RE2의 확장팩 수준밖에 안되는데, 성공한 게임의 확장팩들은 실험적인 요소나 특이점 및 과감한 변화를 주기도 하지만 RE3는 그런게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요약

전작 RE2의 반쪽밖에 안되는 실망스러운 작품.

 

 

Posted by Chief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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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지루한 참호전과 영화적 컷씬에만 치중한 레일슈팅 게임에 질려 있었을 무렵 새롭게 출시된 둠은 시작하자마자 악마들을 패대기 치더니 총으로 머리통을 터트리고 찢어 죽인다음 쓸데없는 서론 따위 집어치우고 바로 본격적으로 들어가 그토록 원했던 게임을 만났다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게임의 스타일은 클래식 둠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불꽃과 피가 튀기는 전장에서 수많은 악마의 무리들이 몰려오고, 민첩한 몸을 이끌며 숨막힐 정도로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악마들을 찢고 죽이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잔혹하면서도 화려했다. 3 이후 12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둠은 그야말로 찬란하기 그지 없었다. 다시 왕의 군림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단점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게임의 전투 양상이 너무 반복적인 문제. 계속 비슷한 지형에 똑 같은 악마들이 순차적으로 나온다는 점. 전체적인 밸런스 문제. 특정 룬 조합이 사기적이고 특정 무기들, 가령 모든 악마들을 한두방에 보내 버리는 더블배럴샷건이 너무 좋다는 점. 이것 때문에 후반부에 게임이 지루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아쉬운 부분이 있었으나 훌륭한 게임이 분명했으며 후속작이 기대되는 게임이었다.

 

그리고 둠2016(이하 전작) 그 정신을 이어받아 후속작 둠 이터널이(이하 이번작) 출시되었다.

 

게임 시작과 동시에 걸죽한 배경음과 오프닝영상이 나오고 약간 인내와 함께 짧은 시간을 기다리면 오프닝이 끝나고 곧바로 악마를 쳐죽이기 시작한다. 시원시원하게 날렵한 몸으로 민첩하게 움직이며 처음 주는 무기조차 강력한 화력을 자랑한다. 전작은 처음주는 무기 권총이 정말 쓸모 없어서 무기 2~3개만 얻어도 권총무기는 업적달성 말고는 꺼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작은 아예 빠졌다. 둠 시리즈의 상징적인 무기가 없어졌다는 아쉬움이 있으나 밸런스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차라리 이게 더 낫다. 차라리 권총무기가 사용 빈도를 높이도록 컨셉을 재개편 하는 편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게임의 전반적인 구조는 전작의 둠2016 과 같은데 전작의 구조가 워낙 훌륭해서 여기에 큰 변화를 주기 보다는 약간의 요소를 추가하고 좀더 개선하거나 다듬는 것을 선택했다. 전작의 입이 아프도록 칭찬했던 부분들, 여러 무기를 가지고 숨막힐 정도로, 발바닥에 불붙은 것처럼 이곳저곳 뛰어다니면서 악마를 잡아 족치는 구조. 전투 양상이 그냥 생각없이 죽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전투가 전략적이다.

첫번째로 스윽 둘러보며 전장의 구조를 파악하고

두번째로 밀려오는 악마들의 규모와 종류를 파악한다.

세번째로 악마들에게 포위되어서 더 이상 유리한 전투가 불리해 졌을 때 탈출 활로를 찾아야 하며

네번째로 전략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다시 전투를 진행하고 상황이 불리해지면 다시 탈출 활로를 찾는 것이다.

이게 전작 둠(2016)의 주된 전투 양상이었는데 배경은 다를지언정 전장의 구조가 대부분 넓고 중앙이 탁 트인 구조였기에 플레이어에가 주도권을 가져가는게 쉬웠다는 점이 있었기에 그런 전투양상을 띄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둠 이터널은 전장의 구조가 의미를 갖을 수 있도록 다양해졌다. 위의 설명대로 넓고 중앙이 탁 트인 구조가 나오기도 하고 탁 트이지 않고 구조물이 있는 전장도 있으며 1층 구조의 전장도 있고 3층까지 있는 고층 구조도 있다. 그냥 단순한 구조의 전장은 몇 없다. 더 복잡해진 배배 꼬이고 꼬인 구조와 다양한 경로, 포탈과 점프발판, 철봉(이건 전작에도 있었던 부분이긴 하다) 거기서 더 나아가 둠 이터널에는 발목을 잡아 점프를 할 수 없는 진흙장판에 체력을 깎아 먹는 전기장판까지 추가되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전장의 구조를 숙지하며 더불어 전장의 환경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하는게 더 중요해졌다. 즉 개성 넘치는 레벨디자인들을 배치해 놓음으로써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했다.

 

악마들을 파악하는 것도 전작보다 더 중요해졌다. 전작도 악마들의 개성과 대응 방법이 다양했으나 거기서 더 많은 개성의 악마들이 추가되었다. 초반부터 뉴비들의 숨을 멎게 하는 네발달린 악마 아라크노트론과 공격뿐만 하는게 아닌 뒤에서 쉴드를 쳐주며 지원해주는 카르타스, 순간이동으로 언제 등 뒤에서 치고 들어올지 모르는 프로울러 등등 여러 추가된 악마들로 플레이어가 숙지 및 전략을 고려해야할 대상들이 더 늘어났다. 추가된 다양한 공격 패턴을 구사하며 악마들은 무수히 많은 총알과 화구를 쏟아 붓고 플레이어는 그걸 날렵한 몸으로 피해야 한다. 그렇다. 엄폐물에 숨어서 고개만 내밀고 쏘는 참호전 따위보다 이렇게 빗발치는 총알을 피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는 것이다.

거기에 끝난게 아니라 전체적인 악마들은 약점이라는 개념이 생겨 이 약점을 매맞기 전 강력한 화력을 뿜어내지만 약점을 맞으면 무기력해지기에 이 약점 또한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좀비들도 전작은 그저 체력과 총알을 주는 셔틀 같은 존재 혹은 두주먹 거리밖에 안되는 귀찮은 존재였는데 이번작에는 좀비들 중에 무려 총을쏘고 화염방사까지 쏘는 놈이 몇몇 섞여있어서 총알과 체력을 줄수는 있을지언정 간혹가다 플레이어를 당황하게 하여 어느정도 신경써줘야 한다.

전작은 초반부터 악마의 종류 가짓수가 하나씩 늘어나지만 중반부와 후반부 사이부터 더 이상의 악마 종류 가짓수가 추가되지 않아 전투 양상이 똑같아지는 악순환을 가속화 시키는데 일조하지만 이번작은 추가된 악마의 가짓수가 많아 그러한 일은 없다. 똑 같은 악마를 상대하는게 지루할 때쯤 새로운 악마를 추가시키고, 또 지루할 때쯤 보스전이 시작되어서 보스를 두들겨 패서 죽였더니 다음 전투 때 그녀석이 등장하고, 또 새로운 악마가 추가되고 또 보스전이 시작되고 그놈을 죽이면 다음 전투때 그놈이 등장한다. 이 모든 순간이 똑같은 악마를 상대하며 지루해질 때 라는 절묘한 타이밍에서 바뀌며 놀랍게도 게임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일어난다.

간혹 머로더의 디자인이 안좋게 보일 수 있다. 무려 BFG와 크루시블까지 막아내는 만능 방패로 졸렬하게 싸우는데 전투가 늘어지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개별적으로 봤을 때의 이야기이지 전체적인 양상으로 봤을 때는 의미가 크다. 머로더 한마리만 있을때는 그냥 시간만 걸릴 뿐 하찮은 존재이지만 각종 악마들과 단체로 있을 때 이 한놈을 잡으려고 집중하려면 측면으로 다른 악마들의 공격에 노출되어 위험하니 최대한 거리를 벌리면서 다른 악마들을 모두 죽인 다음에 만만할 때 처리하는, 까다롭지만 어쩔 수 없이 처치를 제일 마지막에 둬야하는 존재이다.

헤비급 악마들을 다 죽이기 전 총알받이, 즉 잔챙이들이 꾸역꾸역 리스폰되니 헤비급 악마들을 우선적으로 죽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동시에 잔챙이들을 통해 자원과 체력을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양면성이 존재하기에 고려하고, 또 생각해야할 부분이다.

 

무기는 대대적인 밸런스 개혁이 이루어졌다. 전작은 전기톱의 화력이 너무 강하여 거대 악마를 한방에 무찔러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기선제압을 했고 근거리는 더블배럴 샷건으로 다 잡아내고 멀리있는 적은 가우스케논으로 다 잡아내니 결국 쓰는 무기가 한정적이고 구사하는 전략도 단순했지만 이번작은 나쁘지 않게 말하면 악마들의 맺집이 강해졌다고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무기들이 하향평준화 된 느낌이 있다. 더블배럴 샷건의 강력한 화력에 대부분 1~2방에 나가떨어졌던 전작에 비해 이번작은 헤비급 악마가 3번을 정통으로 맞아도 끄떡 없는 경우가 있다. 이것처럼 악마들이 생각처럼 쉽게 나가떨어지지 않기에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화력을 퍼부어야 비로소 죽는데 전작에 비해 소지할 수 있는 총알 탄입대도 박하게 줄었다. 그렇기에 한 무기만을 계속 사용하다 보면 총알이 바닥나 어쩔 수 없이 다른 무기를 교체해 가면서 사용하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양한 무기를 써야 하니 이는 자연스러운 분업화로 이어진다.

그래서 전기톱의 포지션이 달라졌고, 중요도가 강조되었다. 전기톱으로 써는 순간 수많은 총알들이 튀어나와 부족한 자원을 보충해주는데, 즉 강력한 화력보다는 자원을 보충해주는 지원무기 포지션이 되었다. 그렇다. 이번작은 악마를 쓸어버리는데 초점을 맞춘 화력 무기와 총알을 주는 전기톱을 비롯 방어구를 내뱉는 프레임벨치 그리고 적들을 잠시동안 묶어주는 빙결수류탄 같은 지원군 무기의 개념이 확실히 구분되었고 쿨타임 방식이기에 마이크로 컨트롤 보다는 꾸준한 타이밍을 유지하는 매크로 컨트롤에 가깝다.

 

종합적으로 전투를 평가하면 플레이어는 무수히 빗발치는 악마들의 총알과 화구를 피하며 동시에 정확한 조준으로 악마들의 머리통을 날리는 극악의 컨트롤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쿨타임 보조 무기들의 쿨타임을 제야하고 동시에 남은 총알들을 파악하고 계산해가며 싸워야 하는 복잡하면서도 똑똑하고 빠르고 정신없는 전투를 요구한다. 전작보다 모든 면이 개선이 되었다.

 

이 전투가 확실하게 체감되는 곳은 전작에서도 큰 재미를 주었고 이번작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투기장 전투다. 스테이지 곳곳마다 이곳이 투기장이다 라고 대놓고 써있을 지경이니, 투기장은 아예 플레이어를 탈출할 수 없는 막다른 공간에 몰아넣고 제대로 밀어붙이는데 위의 길게 열거해 놓은 치열한 전투 과정을 거치고 처음 등장하는 악마들을 다 죽여도 그 다음 단계의 악마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등장해 완전히 끝이 날 때까지 긴장을 놓아서는 안되는 전투를 이어가다가 비로소 악마들을 모두 무찌른 다음 성취감 이라는 전리품을 안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다고 투기장 외 지역에서 펼쳐지는 전투가 허술한가? 그것도 아니다. 투기장 전투와 투기장 외 전투의 차이는 단계적으로 걸쳐서 적들이 리스폰 되느냐의 차이일 뿐, 맨큐버스나 머로더 같은 헤비급 악마들은 가는 길목이나 골목에서 빈번히 마주치는데 이 악마들이 워낙 한방한방 맞으면 꽤 아프기 때문에 긴장 풀고 가다가 몇대 맞고 빈사상태가 되거나 순식간에 죽을 수 있다.

 

전투가 없어진 그 이후에 간단한 퍼즐을 풀고 가야할 경로를 찾아 점프 발판을 밟고 벽을 짚고 점프로 뛰어 넘나들거나 혹은 물속을 허우적거려야 하는 플랫포머 부분이 나온다. 치열한 전투를 끝마치고 잠깐이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작도 이런게 있었는데 차이점 이라면 전작은 플랫포머 구간이 개수가 많진 않으나 일단 플랫포머 구간이 시작되면 규모가 어느정도 있고, 길었기에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었다. 반면 이번작은 플랫포머 구간이 훨씬 많고 좋다고 기억될 만한 컨셉이나 환경도 여러 개 있었으나 규모가 전작의 플랫포머 구간에 비해 살짝 작고 짧게 끊어져서 크게 스테이지단위로 보면 어떠한 컨셉의 플랫포머가 있었는지 기억은 나지만 짧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짧아서 그냥 치열한 전투 후 잠깐 쉬라는 휴식타임 수준밖에 안되었는데, 차라리 스테이지 마다 정말 길고 규모가 큰 플랫포머 구간 딱 하나씩만 더 추가 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디테일 이야기를 떠나 비록 플랫포머 구간이 제일 긴장감이 덜 하고 손이 덜 타는 부분이지만 계속 잔뜩 팽팽히 당기는 긴장의 끈을 잠시동안 풀어주는 장치로써는 좋았다.

 

그 밖의 눈에 띄는 거슬리는 부분이라면 정신없는 전투를 하고 난 직후에 잠깐 컷씬이 나오면서 어디 가야할지, 가령 닫혀있던 문이 열리거나 혹은 끊어진 다리가 놓인다던가 등등의 컷씬이 나온다. 5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기에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고 지금이라도 빼 버려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법한데, 그냥 빼버리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종합적으로 정리해보자면 이번작은 전작의 모든 요소를 가져와서 다듬고 개선하고 발전시켰다. 볼륨도 커졌다. 즉 전작의 탄탄한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작의 압도적인 화력을 뿜어내던 컨셉이 약해졌고 뜀박질만 정신없이 하는 퀘이크 컨셉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 어떠한가, 여전히 둠 슬레이어의 잔혹하면서 마초스러움은 변함이 없고 제일 중요한 전투가 훨씬 재미있어 졌는데.

스토리가 부실하다고 지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스토리 따위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어차피 스토리는 포르노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데. 제일 중요한 게임 자체의 기본에 충실하면 그만이지.

단 이번작이 전작에 비해 혁신이 없다는 점은 맞다. 전작의 틀에 뭔가가 더 추가된 것은 없다는 것에 이견은 없다. 그러나 이번작은 오로지 전작을 다듬고 고치는 것에 집중했던 게 목표였고 결과적으로는 목표는 성공했다. 새로운 둠 시리즈를 더 완벽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적인 무언가를 추가하는 것은 그 다음 작에 기대하면 되는 일이다.

 

길고 긴 시간의 기다림 끝에

2016에 출시한 둠이 클래식 둠의 정신을 훌륭히 이어받는 왕의 귀환이었다면

둠 이터널은 화려한 왕의 승전곡이라 불러도 과함이 없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다음 작품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요약

훌륭한 전작을 개선하고 다듬어 더욱더 훌륭하게 빛낸 작품.

Posted by Chief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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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하프라이프1편은 이십년 전에 몇번 클리어 했었고 십년 전에 리메이크 모드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해봤었다.

나름 최신 소스엔진으로 클래식 버전을 이식해 놨다는 점에서 칭찬해줄만 했지만

젠 챕터부터 진행이 안되어서 알고보니 젠 챕터는 구현을 못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워 했었다.

그리고 십년이 지난 지금 젠챕터까지 완벽하게 구현해 놓은 새로운 버전을 단돈 2만원에 판매중이라고 하여 구매해서 달려봤다.

 

처음에는 그냥 옛날에 느꼈던 그 느낌 그대로였다. 뭐 별거 있나 하면서 진행했었고

중반부터 정부군 밀려올때는 옛날의 작위적인 AI 시스템 때문에 전투가 재미 없었다. 총알이 무한이라 쉴새없이 쏴대는 것도 있고 수류탄을 끊임없이 던진다. 심지어 철조망 반대편에서도 던지는데 수류탄이 철조망에 부딪혀 넘어가지 못하고 떨어져서 폭파된다. 이뭐병.

싸우다가 뒤통수치려고 모습을 감추고 들키지 않게 우회해서 뒤로갔더니 네놈이 거기 있을줄 알았다고 이미 대기타고 쏘기 시작하더라.

결국 얘네들 상대로 할수있는건 안전한 엄폐물에서 찐따처럼 고개만 내밀고 빼꼼샷 뿐이었다.

 

슬슬 이들과의 재미없는 전투에 질려갈때쯤 젠챕터와 가까워 지고 있었는데 람다코어에서 젠 챕터로 넘어갈때 버그때문에 챕터가 넘어가질 않아 뉴게임으로 젠챕터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망의 젠 챕터를 진행했는데

 

놀랍게도 젠 챕터는 이들이 완전히 새롭게 재구축했던 것이었다. 그냥 대충 하프라이프1 챕터를 그대로 가져다가 만들어놓은줄 알았는데, 그런건 거의 없었다. 그냥 완전히 새롭게 만든 미션들 이었는데 그게 하나같이 진국이었다.

젠 챕터는 정말 아름다웠고 플레이어의 두뇌를 자극하는 다체로운 퍼즐들과 전투가 있었으며 심지어 하프라이프2와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설정을 보여주는 연출들도 있었다.

 

나는 이 젠챕터 하나만으로 10년의 기다림에 대한 보상이 충분히 되었다. 정말 이 게임을 만든이들이 얼마나 하프라이프 시리즈에 애정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클래식 하프라이프1 비교도 안될 정도로 훨씬 잘만들었다.

 

이 게임은 훌륭한 리메이크 작이며 뒤늦게라도 하프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해볼 이들에게는 클래식 하프라이프를 할 필요는 없으며 대신 이 리메이크작을 해야한다고 강력하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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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ief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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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 극장판에 대해 최고를 논한다고 하면 항상 빠짐없이 언급되는 작품은 시즌 9 어른제국의 역습이다. 하나같이 다들 입을 모아 짱구 극장판 중에서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래서 이 작품이 정말로 좋은 작품인가?

 

시작하자 20세기 으른들의 추억을 되새겨 주는 20세기 박물관이라고 그당시 으른들이 재미나게 가지고 놀았던 것들로 으른들의 추억을 기억해주는 일종의 테마파크가 나온다. 여기서 짱구네 식구 봉미선씨와 신형만씨가 즐겁게 놀고 떡잎마을 주민들(어른) 들도 여기서 오붓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정작 아이들은 못마땅해한다.

그 이후 으른들은 테마파크에 나온 이후로도 자신들의 추억을 계속 되새기었고 으른들이 추억에 젖어 있을 때 빌런들이 일종의 정신조종 전파(?) 를 쏴서 으른들이 과거에 해어나오지 못하도록 빠져버리게 만든다! 는 설정인데

작중에 떡잎마을 어른들이 과거를 추억하긴 했어도 과거로 절실히 회귀하기를 원했는가? 초반부에 20세기 박물관에서 재미있게 노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게 과거를 추억하는 부분으로 볼 수는 있으나, 반면 추억하기 보다는 그냥 으른들도 스케일 크게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으른들만의 놀이터이기 때문에 재미있게 놀았던 것처럼 보였다. 중요한 건 거기서 으른들이 과거로 회귀하고 싶었던 감정이 전혀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빌런은 그런 분위기를 풍겨서 그걸 발판을 삼아 정신조종파를 쏴 으른들이 과거 향수에 못나오도록 정신조종 했다는 것이다. 그냥 정신 조종파의 힘이 너무 강력해서 그렇게 됐다고 말해야 하나? 그렇게 따지면 앞서 있었던 박물관을 지은 이유는 뭐지?

 

그리고 작중 내내 으른들과 빌런이 왜 과거를 그리워하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 그냥 과거이니까 좋다~ 라는 늬양스만 풍길 뿐. 현실에서야 과거 추억을 그리워하시는 나이 지긋한 분들이 있는데 왜 그리워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안해도 대략적으로 느낄수는 있다. 하지만 작품 내에서는 그 최소한의 설명이라도 짧게나마 필요한것이다.

작중에 나타나는 과거의 모습은 그 시절이 좋았다고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냥 단란하고 근근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만 보여줄 뿐이지 행복하거나 즐겁다기 보다는 그냥 지극히 평범하다는 인상밖에 들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일본 버블경제를 그리워하는 일본인들의 속내를 그린 작품이라고 하는데, 전혀 틀린 해석이다. 버블경제의 일본 모습과 작품에 보여주는 과거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 일본 버블경제는 시절에는 거대한 고층빌딩 아래로 불빛과 네온사인이 항상 번쩍였고 거리에는 사람들과 돈이 넘쳐나 시끌벅적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짱구 극장판에서 보여준 지극히 평범한 과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 작품의 제일 큰 문제점은 빌런의 동기부분에 있다.

빌런은 21세기가 뿜어내는 냄새는 지독하다. 코를막고 싶다. 21세기는 썩어빠졌기 때문에 20세기로 돌아가야 한다.

?

그냥

빌런이 20세기를 왜 좋아하고 21세기를 왜 싫어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이 없다. 마지막까지 설명없이 그냥 그렇다고 억지로 끝내버리니 뭐였지 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20세기는 그때 그 시절 추억에 젖어 있어서 그렇다고 억지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 뭣 때문에 21세기에 대해 불만 있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으니 뭐야라는 말이 안나올수가 있는가.

 

물론 작품에 안좋은것만은 있는건 아니다. 후반부 신형만씨가 지금까지 힘들지만 꾿꾿하게 살아온 짧은 과거회상 장면에는 가슴을 울리게 했지만 그 외에 작품의 전체적인 내용과 의미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는거다.

 

어린이들 보라고 만든 만화영화에 너무 으른들의 관점을 들이대는게 잘못된 것일수도 있다고 지적을 받을수는 있지만...

 

 

Posted by Chief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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