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보는데 100시간은 걸렸다. 그만큼 볼륨과 분량이 큰 게임. 그러나 그 거대한 볼륨에 비해 밀도와 깊이. 즉 디테일적인 부분은 전작 콜 오브 프리피야트 (이하 COP) 보다는 못했다. 콜 오브 프리피야트는 고작 3개의 지역만 있었지만 디테일과 밀도가 무척이나 높아 버리는 공간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 2편 초르노빌 심장 (이하 2편) 은 그 부분이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여전히 존(Zone) 지역은 재미난 곳이었다. 존은 온갖 뮤턴트와 밴디트와 위험세력들, 수많은 이상현상과 위험한 방사능지대 등 정말 위험천만한 곳이다. 그러기에 존이 재미있는 곳이다. 경치구경 하라고 만든 안전하게 구성된 다른 오픈월드 게임들과는 차별되는 부분.
퀘스트는 서브퀘스트 빈도가 대폭 줄여졌다. 오죽하면 메인퀘스트가 서브퀘스트 보다 더 많다. 게다가 COP의 서브 퀘스트는 다채롭고 다양하면서 깊이성 있는 퀘스트를 선보였고 심지어 그 퀘스트들이 메인퀘스트가 엮이기 까지 하여 현대 RPG 게임들이 가져야 할 모범적인 서브퀘스트릐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2편은 그것에 미치지 못했다. 못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이미 정점을 찍어놓고 다시 아래로 내려온 결과물이 아쉬울 따름.
각종 게임 진행에 어려움을 주는 버그나 퍼포먼스문제 등 게임 플레이 외적인 부분들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이 많다. 게임하면서 자주 세이브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추후에 이미 고쳐질 부분 이므로 따로 언급 하진 않겠다. 밸런스 부분은 개선해야할 부분들이 많다. 게임을 하면서 불합리하다고 느낄 부분들이 대게 밸런스의 문제에서 나온다.
정점을 찍은 전작 COP 보다는 못했으나 나름 만족했던 게임이었다. 지금 이 게임을 해도 되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면 아직까지는 아니다 라고 답하겠다. 조금 더 게임이 고쳐지고 조금 더 다듬어 진다면 내가 경험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인 예상으로 첫번째 DLC가 나올때 쯤 그때야 말로 게임플레이 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머신게임즈는 창립 이후 베데스다의 밑에서 울펜슈타인 시리즈를 쭉 만들어 왔으나 이들 개발진들은 예전에 스타브리츠 스튜디오에서 리딕 연대기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본 작을 해보았을 때 예전 리딕 연대에서 느꼈던 느낌이 조금이나마 떠올렸다.
게임은 툼레이더나 언챠티드 같은 3인칭 레일슈팅과는 완전히 다른 노선이다. 총기전투 보다는 잠입과 탐험 그리고 퍼즐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레벨 디자인도 비선형성을 띄고 있는 부분은 칭찬해줄만 하다.
하지만 퍼즐이나 탐험의 난이도가 너무 낮았고 심지어 잠입 또한 너무 쉬웠다. 해당 장르를 깊게 파고 있는 게이머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느껴질수 밖에 없었으나 최소한 이런 훌륭한 게임의 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
요즘 AAA게임들이 워낙 깊이성이 낮고 그로인에 단조로움을 느끼게 되는 게임들이 많은데다 그런 게임들 위주로 해왔던 게이머들은 최고의 잠입게임이나 최고의 퍼즐게임들을 하기에는 너무 어려워서 버거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유저들에게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은 최고의 장르 입문작이다.
게임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난이도가 쉽고 특히 자주 컷씬이 튀어나와서 거슬리는 부분들이 많았으나, 이런 게임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전쟁 등 온갖 악재들로 인해 게임이 제대로 출시할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이 들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출시는 하게 되었다.
스토커 시리즈는 쉐도우 오브 체르노빌(이하SOC) 과 클리어 스카이(이하CS) 그리고 제일 완성도가 높았던 콜 오브 프리피야트(이하 COP) 3편 모두 다 해봤다. 1편 출시 때 큰 정발본 패키지를 사서 밤을 새워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현재 까지는 되게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전작들 만큼 오픈월드가 매우 흥미롭고 디테일 넘치게 디자인 되어있었다. 근 몇년 동안 이만큼이나 제대로 만든 월드 디자인을 가진 게임이 없었다.
전투파트 또한 숨가쁘고 스릴있게 진행된다. 사방으로 몰려오는 적들을 대항하기 위해 항상 엄폐물을 찾고 어디에 적이 있는지, 도망갈 경로가 있는지 등등 상황을 인식해야 한다.
엔딩까지는 아직 멀었으나 이정도의 재미를 후반부까지 보장해준다면 정말 좋은 게임으로 마무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퍼포먼스나 기술적인 문제들이 몇가지 있다. 최적화가 좀 덜 된 느낌이 있고 그래픽깨짐문제 같은 것들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게임 진행에 영향을 주는 버그도 몇가지 있었으나 그렇게 치명적이라고 생각할만한 버그는 없어고 크래시가 딱 한번 있었다. 대부분의 버그는 저장했던 게임을 되돌려서 해결이 가능했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게임이 비판을 많이 받고있다는 것은 알고있으나 내 입장에서 크게 문제라고 느껴지지 못했고 오히려 게임이 재미있다 보니 이런 부분들을 감내할 수 있었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이런 부분들은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고쳐질 부분들이다. 기다릴 수 있다면 패치를 통해 이런 부분들이 많이 고쳐지고 나서 게임 플레이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드소프트 웨어와 클래식FPS게임 제작으로 유명한 나이트다이브 스튜디오 그리고 울펜슈타인 시리즈로 유명한 머신게임즈 3사 합작.
꽤 잘만든 미션(이하 WAD) 이지만 둠으로 여러 모드와 WAD를 접해본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잘 만든 WAD 중 하나 뿐으로 여겨질 뿐이었다.
특히나 ICARUS : ALIEN VANGUARD 나 HELL TO PAY 같은 정말 잘만든 WAD들을 해왔던 사람 입장에서는 말이다.
전투에 힘을 많이 준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전투만큼은 정발 살벌하면서도 어려웠다. 특히나 새롭게 추가된 악마와 새롭게 추가된 무기는 게임 양상에 신선한 느낌을 주는 요소. 그러나 한편으로는 키보드 마우스 조작에 엄두해 둔 게임디자인이 아닐까 싶은데 이렇게 어려운데 키보드 만으로 플레이가 가능할까 싶은 의문이 들었다.
하드웨어나 인터페이스 들이 모두 현세대에 맞춰서 잘 만들어졌지만 마우스로 좌우는 볼수 있어도 상하는 볼 수 없었다. 게임 디자인 자체의 의도 때문에 그렇게 만든건 알겠지만 혹시나 상하를 볼 수 있도록 제한을 풀 수 있는 콘솔명령어가 있는가 싶어서 확인해봤는데 그건 없었다.
언제나 대단하고 뛰어난 게임성을 보여준 아케인이 또다른 작품을 내놓았다. 데스루프는 이전 아케인이 내놓았던 프레이 DLC 문크래시의 확장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루프 속에서 플레이어는 이 지옥 같은 루프의 연쇄고리를 끊기 위해 정보와 단서를 찾아야 한다.
- 아케인 스타일이 잘 묻어나온 수준높은 레벨디자인
데스루프 에서는 듀토리얼 지역을 제외하고서 고작 4개밖에 안되고 규모가 작은 지역들을 제공하고 있지만 레벨디자인의 명가 아케인 답게 그 4개의 지역들은 정말 디테일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모든 지역들이 어떤 구역을 가든 오브젝트들과 장치들이 빽빽이 배치되어 있고 각 구역들은 기억에 뚜렷하게 남는 특별하고 개성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게임의 엔딩을 보고 난 후 게임 스크린샷 한장만을 던져주면 ‘아 이거 그 지역의 거기네’ 라고 단번에 말이 나올 정도로 기억에 뚜렷하게 남는다. 거기에다 각각 구역들이 연결되어 있는 통로나 길은 수십개는 되어 넓고 다양한 접근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과 그 거리와 구역들이 정말 현실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요새 맵만 무식하게 넓고 디테일함이 없는 몰개성한 오픈월드게임에 비판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 이미 아케인은 그 해결법을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그 제시하고 있는 아케인은 업계의 모범이다.
- 타임루프 라는 독특한 게임 시스템
이름 그대로 이 게임의 메인 핵심이자 이 게임을 유니크하게 만들어 주는 특별한 시스템이다. 이 게임의 목표인 타겟 7명의 VIP들을 한꺼번에 죽여야 하는데 이들이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두 다른 지역과 다른 시간대에 흩어져 있어 한꺼번에 죽이는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들이 함께 모이도록 판을 짜야 한다. 그래서 그들과 관련된 정보를 모으고 뒷조사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하고 정보 하나를 얻기 위해 몇번이나 하루를 반복해야 한다. 하루에 한꺼번에 정보를 다 수집할 수 없게끔 설계된 건 이 게임이 그만큼 치밀하게 디자인 되어있다는 뜻이다. 가령 어떤 정보는 오전 시간에 어떤 지역에서만 입수가 가능하다. 그래서 그걸 얻으려면 아침 되자마자 중앙 시설로 가 전력을 해당 지역으로 보내줘야 한다. 그런데 또 다른 정보는 아침시간대에 중앙시설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얻을 수 있으므로 플레이어는 둘 중 어디를 먼저 갈 지 선택을 해야 한다. 이밖에 오전에만 방문할 수 있는 구역, 오후에만 운영되는 건물, 밤에만 파티가 열려 특정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순간, 그 뿐만이 아니라 앞서 전력을 특정 구역에 보내는 행동처럼 앞서 선택했던 행동들의 영향이 그 다음시간대에까지 영향을 미쳐 구조나 적인 영원주의자들의 배치에 영향을 주는 등 각 시간대와 구역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이 모든 것들을 플레이어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한다. 정말 치밀하고도 훌륭하게 디자인된 게임 구조를 갖추고 있다.
- 뭔가 아쉬움이 남는 전투양상
데스루프의 전투는 크게 두가지로 선택된다. 잠입과 전면전. 아케인의 훌륭한 레벨 디자인 덕분에 깊이 있는 전략을 어느정도 구사하고 있다. 디테일 하고도 현실 같은 구조의 레벨 디자인은 다양한 침입과 도주 가능한 경로, 숨을 수 있는 은엄폐 구조물은 어딜 가나 있고 다양한 구조를 갖춘 야외와 실내와 골목길 장소들은 플레이어가 원하는 전략을 구사해 줄 수 있는 레벨디자인이다. 그러나 훌륭한 레벨디자인처럼 전투부분에 좋은 점도 있었으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우선 적들의 AI가 다소 애매한 편이다. 바로 옆에서 동료의 배때기를 칼로 쑤시고 동료가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시야각이 좁고 눈치가 없다. 제대로 위치만 잡고 저격총을 들어 쏘기 시작하면 한 구역의 전 영원주의자들을 쉽게 소탕 가능하다. 이건 게임을 진행할수록 문제가 심화된다. 강력한 도주스킬과 강화스킬을 입수하고 나면 아무리 위치가 발각되고 적들에게 포위되어도 손쉽게 상황을 뒤집어 버린다. 그뿐 만이 아니라 적은 오로지 인간형 적 하나뿐이고 무장도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다양성이 현저히 부족하다.
그나마 네비게이션으로 시야각을 친절히 보여주지 않아서 다행이었고 갑자가 총성이 들리면 바로 엄폐하는 행동은 좋았으며 감지 포탑과 경보기 지뢰들을 이용해 전투 양상에 변수를 주려고 했으나 결국 갈수록 전투의 깊이가 드러나고 초반에 어느정도 긴장감을 주었던 적과의 전투는 후반부가 되면 귀찮음으로 변질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게 위해 줄리아나를 도입한다. 진행 도중 종종 침입을 하여 플레이어와 동등한 능력과 총기를 사용하고 타겟팅을 지정해 영원주의자들이 플레이어 쪽으로 몰리게 하는 등 플레이어를 괴롭혀 조금이나마 긴장감을 주기는 하지만 줄리아나의 AI도 그다지 신통치 않아서 결국 가지고 놀게 된다. 일반 병력의 AI가 무능하면 줄리아나의 AI 만큼은 신경을 썼어야 했으나 비슷한 AI를 탑재하고 있었다. 그럼 하다못해 줄리아나의 신체적인 스펙 혹은 능력을 대폭 강화 시켰어야 했으나 그것도 하지 않았다. 결국 온라인 멀티플레이까지 도입시키게 된다. 이런 게임 디자인 문제의 책임을 플레이어들에게 전가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마저도 전투가 너무 정신없는 순삭 전투에 한번 물리치면 두번은 침입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물리치고 난 이후에는 긴장이 풀리며 위에 언급했던 단조로운 아쉬운 전투 양상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어진다.
전투부분은 좋은 점도 있었으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 제대로 잡힌 게임의 방향성
그래도 이 게임은 전투가 핵심이 아니다. 단서를 수집하고 퍼즐을 풀고 상황을 분석하고 행동을 계획하는 등 전체적인 게임 흐름의 판짜기가 주된 핵심이다. 임무 시작 전 얻었던 정보들을 종합하고 방문할 지역들을 고민하는 부분은 이 게임에서 제일 재미있는 순간. 이 과정 속에서 플레이어가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게 된다. 임무 중 우여곡절을 겪고 임무가 잘 된 하루가 있는 반면 크고작은 실수로 아무것도 얻은 게 없이 마무리 짓게 되는 등 플레이어의 선택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그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플레이어 자신만이 경험이 담긴 스토리를 만들게 된다.
- 종합
플레이어의 경험과 선택을 존중하는 아케인은 또 하나의 명작을 내놓았다. 심지어 실험성이 돋보이는 특별하면서도 유니크한 게임이다. 아쉬운 부분이 여럿 있었고 다소 짧은 플레이 시간 또한 아쉬움이 남으나 뛰어난 게임성 때문에 그만큼 게임이 짧게 느껴진다.
2016년 지루한 참호전과 영화적 컷씬에만 치중한 레일슈팅 게임에 질려 있었을 무렵 새롭게 출시된 둠은 시작하자마자 악마들을 패대기 치더니 총으로 머리통을 터트리고 찢어 죽인다음 쓸데없는 서론 따위 집어치우고 바로 본격적으로 들어가 그토록 원했던 게임을 만났다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게임의 스타일은 클래식 둠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불꽃과 피가 튀기는 전장에서 수많은 악마의 무리들이 몰려오고, 민첩한 몸을 이끌며 숨막힐 정도로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악마들을 찢고 죽이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잔혹하면서도 화려했다. 둠3 이후 12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둠은 그야말로 찬란하기 그지 없었다. 다시 왕의 군림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단점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게임의 전투 양상이 너무 반복적인 문제. 계속 비슷한 지형에 똑 같은 악마들이 순차적으로 나온다는 점. 전체적인 밸런스 문제. 특정 룬 조합이 사기적이고 특정 무기들, 가령 모든 악마들을 한두방에 보내 버리는 더블배럴샷건이 너무 좋다는 점. 이것 때문에 후반부에 게임이 지루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아쉬운 부분이 있었으나 훌륭한 게임이 분명했으며 후속작이 기대되는 게임이었다.
그리고 둠2016(이하 전작) 그 정신을 이어받아 후속작 둠 이터널이(이하 이번작) 출시되었다.
게임 시작과 동시에 걸죽한 배경음과 오프닝영상이 나오고 약간 인내와 함께 짧은 시간을 기다리면 오프닝이 끝나고 곧바로 악마를 쳐죽이기 시작한다. 시원시원하게 날렵한 몸으로 민첩하게 움직이며 처음 주는 무기조차 강력한 화력을 자랑한다. 전작은 처음주는 무기 권총이 정말 쓸모 없어서 무기 2~3개만 얻어도 권총무기는 업적달성 말고는 꺼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작은 아예 빠졌다. 둠 시리즈의 상징적인 무기가 없어졌다는 아쉬움이 있으나 밸런스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차라리 이게 더 낫다. 차라리 권총무기가 사용 빈도를 높이도록 컨셉을 재개편 하는 편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게임의 전반적인 구조는 전작의 둠2016 과 같은데 전작의 구조가 워낙 훌륭해서 여기에 큰 변화를 주기 보다는 약간의 요소를 추가하고 좀더 개선하거나 다듬는 것을 선택했다. 전작의 입이 아프도록 칭찬했던 부분들, 여러 무기를 가지고 숨막힐 정도로, 발바닥에 불붙은 것처럼 이곳저곳 뛰어다니면서 악마를 잡아 족치는 구조. 전투 양상이 그냥 생각없이 죽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전투가 전략적이다.
첫번째로 스윽 둘러보며 전장의 구조를 파악하고
두번째로 밀려오는 악마들의 규모와 종류를 파악한다.
세번째로 악마들에게 포위되어서 더 이상 유리한 전투가 불리해 졌을 때 탈출 활로를 찾아야 하며
네번째로 전략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다시 전투를 진행하고 상황이 불리해지면 다시 탈출 활로를 찾는 것이다.
이게 전작 둠(2016)의 주된 전투 양상이었는데 배경은 다를지언정 전장의 구조가 대부분 넓고 중앙이 탁 트인 구조였기에 플레이어에가 주도권을 가져가는게 쉬웠다는 점이 있었기에 그런 전투양상을 띄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둠 이터널은 전장의 구조가 의미를 갖을 수 있도록 다양해졌다. 위의 설명대로 넓고 중앙이 탁 트인 구조가 나오기도 하고 탁 트이지 않고 구조물이 있는 전장도 있으며 1층 구조의 전장도 있고 3층까지 있는 고층 구조도 있다. 그냥 단순한 구조의 전장은 몇 없다. 더 복잡해진 배배 꼬이고 꼬인 구조와 다양한 경로, 포탈과 점프발판, 철봉(이건 전작에도 있었던 부분이긴 하다) 거기서 더 나아가 둠 이터널에는 발목을 잡아 점프를 할 수 없는 진흙장판에 체력을 깎아 먹는 전기장판까지 추가되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전장의 구조를 숙지하며 더불어 전장의 환경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하는게 더 중요해졌다. 즉 개성 넘치는 레벨디자인들을 배치해 놓음으로써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했다.
악마들을 파악하는 것도 전작보다 더 중요해졌다. 전작도 악마들의 개성과 대응 방법이 다양했으나 거기서 더 많은 개성의 악마들이 추가되었다. 초반부터 뉴비들의 숨을 멎게 하는 네발달린 악마 아라크노트론과 공격뿐만 하는게 아닌 뒤에서 쉴드를 쳐주며 지원해주는 카르타스, 순간이동으로 언제 등 뒤에서 치고 들어올지 모르는 프로울러 등등 여러 추가된 악마들로 플레이어가 숙지 및 전략을 고려해야할 대상들이 더 늘어났다. 추가된 다양한 공격 패턴을 구사하며 악마들은 무수히 많은 총알과 화구를 쏟아 붓고 플레이어는 그걸 날렵한 몸으로 피해야 한다. 그렇다. 엄폐물에 숨어서 고개만 내밀고 쏘는 참호전 따위보다 이렇게 빗발치는 총알을 피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는 것이다.
거기에 끝난게 아니라 전체적인 악마들은 약점이라는 개념이 생겨 이 약점을 매맞기 전 강력한 화력을 뿜어내지만 약점을 맞으면 무기력해지기에 이 약점 또한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좀비들도 전작은 그저 체력과 총알을 주는 셔틀 같은 존재 혹은 두주먹 거리밖에 안되는 귀찮은 존재였는데 이번작에는 좀비들 중에 무려 총을쏘고 화염방사까지 쏘는 놈이 몇몇 섞여있어서 총알과 체력을 줄수는 있을지언정 간혹가다 플레이어를 당황하게 하여 어느정도 신경써줘야 한다.
전작은 초반부터 악마의 종류 가짓수가 하나씩 늘어나지만 중반부와 후반부 사이부터 더 이상의 악마 종류 가짓수가 추가되지 않아 전투 양상이 똑같아지는 악순환을 가속화 시키는데 일조하지만 이번작은 추가된 악마의 가짓수가 많아 그러한 일은 없다. 똑 같은 악마를 상대하는게 지루할 때쯤 새로운 악마를 추가시키고, 또 지루할 때쯤 보스전이 시작되어서 보스를 두들겨 패서 죽였더니 다음 전투 때 그녀석이 등장하고, 또 새로운 악마가 추가되고 또 보스전이 시작되고 그놈을 죽이면 다음 전투때 그놈이 등장한다. 이 모든 순간이 똑같은 악마를 상대하며 지루해질 때 라는 절묘한 타이밍에서 바뀌며 놀랍게도 게임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일어난다.
간혹 머로더의 디자인이 안좋게 보일 수 있다. 무려 BFG와 크루시블까지 막아내는 만능 방패로 졸렬하게 싸우는데 전투가 늘어지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개별적으로 봤을 때의 이야기이지 전체적인 양상으로 봤을 때는 의미가 크다. 머로더 한마리만 있을때는 그냥 시간만 걸릴 뿐 하찮은 존재이지만 각종 악마들과 단체로 있을 때 이 한놈을 잡으려고 집중하려면 측면으로 다른 악마들의 공격에 노출되어 위험하니 최대한 거리를 벌리면서 다른 악마들을 모두 죽인 다음에 만만할 때 처리하는, 까다롭지만 어쩔 수 없이 처치를 제일 마지막에 둬야하는 존재이다.
헤비급 악마들을 다 죽이기 전 총알받이, 즉 잔챙이들이 꾸역꾸역 리스폰되니 헤비급 악마들을 우선적으로 죽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동시에 잔챙이들을 통해 자원과 체력을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양면성이 존재하기에 고려하고, 또 생각해야할 부분이다.
무기는 대대적인 밸런스 개혁이 이루어졌다. 전작은 전기톱의 화력이 너무 강하여 거대 악마를 한방에 무찔러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기선제압을 했고 근거리는 더블배럴 샷건으로 다 잡아내고 멀리있는 적은 가우스케논으로 다 잡아내니 결국 쓰는 무기가 한정적이고 구사하는 전략도 단순했지만 이번작은 나쁘지 않게 말하면 악마들의 맺집이 강해졌다고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무기들이 하향평준화 된 느낌이 있다. 더블배럴 샷건의 강력한 화력에 대부분 1~2방에 나가떨어졌던 전작에 비해 이번작은 헤비급 악마가 3번을 정통으로 맞아도 끄떡 없는 경우가 있다. 이것처럼 악마들이 생각처럼 쉽게 나가떨어지지 않기에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화력을 퍼부어야 비로소 죽는데 전작에 비해 소지할 수 있는 총알 탄입대도 박하게 줄었다. 그렇기에 한 무기만을 계속 사용하다 보면 총알이 바닥나 어쩔 수 없이 다른 무기를 교체해 가면서 사용하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양한 무기를 써야 하니 이는 자연스러운 분업화로 이어진다.
그래서 전기톱의 포지션이 달라졌고, 중요도가 강조되었다. 전기톱으로 써는 순간 수많은 총알들이 튀어나와 부족한 자원을 보충해주는데, 즉 강력한 화력보다는 자원을 보충해주는 지원무기 포지션이 되었다. 그렇다. 이번작은 악마를 쓸어버리는데 초점을 맞춘 화력 무기와 총알을 주는 전기톱을 비롯 방어구를 내뱉는 프레임벨치 그리고 적들을 잠시동안 묶어주는 빙결수류탄 같은 지원군 무기의 개념이 확실히 구분되었고 쿨타임 방식이기에 마이크로 컨트롤 보다는 꾸준한 타이밍을 유지하는 매크로 컨트롤에 가깝다.
종합적으로 전투를 평가하면 플레이어는 무수히 빗발치는 악마들의 총알과 화구를 피하며 동시에 정확한 조준으로 악마들의 머리통을 날리는 극악의 컨트롤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쿨타임 보조 무기들의 쿨타임을 제야하고 동시에 남은 총알들을 파악하고 계산해가며 싸워야 하는 복잡하면서도 똑똑하고 빠르고 정신없는 전투를 요구한다. 전작보다 모든 면이 개선이 되었다.
이 전투가 확실하게 체감되는 곳은 전작에서도 큰 재미를 주었고 이번작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투기장 전투다. 스테이지 곳곳마다 이곳이 투기장이다 라고 대놓고 써있을 지경이니, 투기장은 아예 플레이어를 탈출할 수 없는 막다른 공간에 몰아넣고 제대로 밀어붙이는데 위의 길게 열거해 놓은 치열한 전투 과정을 거치고 처음 등장하는 악마들을 다 죽여도 그 다음 단계의 악마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등장해 완전히 끝이 날 때까지 긴장을 놓아서는 안되는 전투를 이어가다가 비로소 악마들을 모두 무찌른 다음 성취감 이라는 전리품을 안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다고 투기장 외 지역에서 펼쳐지는 전투가 허술한가? 그것도 아니다. 투기장 전투와 투기장 외 전투의 차이는 단계적으로 걸쳐서 적들이 리스폰 되느냐의 차이일 뿐, 맨큐버스나 머로더 같은 헤비급 악마들은 가는 길목이나 골목에서 빈번히 마주치는데 이 악마들이 워낙 한방한방 맞으면 꽤 아프기 때문에 긴장 풀고 가다가 몇대 맞고 빈사상태가 되거나 순식간에 죽을 수 있다.
전투가 없어진 그 이후에 간단한 퍼즐을 풀고 가야할 경로를 찾아 점프 발판을 밟고 벽을 짚고 점프로 뛰어 넘나들거나 혹은 물속을 허우적거려야 하는 플랫포머 부분이 나온다. 치열한 전투를 끝마치고 잠깐이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작도 이런게 있었는데 차이점 이라면 전작은 플랫포머 구간이 개수가 많진 않으나 일단 플랫포머 구간이 시작되면 규모가 어느정도 있고, 길었기에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었다. 반면 이번작은 플랫포머 구간이 훨씬 많고 좋다고 기억될 만한 컨셉이나 환경도 여러 개 있었으나 규모가 전작의 플랫포머 구간에 비해 살짝 작고 짧게 끊어져서 크게 스테이지단위로 보면 어떠한 컨셉의 플랫포머가 있었는지 기억은 나지만 짧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짧아서 그냥 치열한 전투 후 잠깐 쉬라는 휴식타임 수준밖에 안되었는데, 차라리 스테이지 마다 정말 길고 규모가 큰 플랫포머 구간 딱 하나씩만 더 추가 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디테일 이야기를 떠나 비록 플랫포머 구간이 제일 긴장감이 덜 하고 손이 덜 타는 부분이지만 계속 잔뜩 팽팽히 당기는 긴장의 끈을 잠시동안 풀어주는 장치로써는 좋았다.
그 밖의 눈에 띄는 거슬리는 부분이라면 정신없는 전투를 하고 난 직후에 잠깐 컷씬이 나오면서 어디 가야할지, 가령 닫혀있던 문이 열리거나 혹은 끊어진 다리가 놓인다던가 등등의 컷씬이 나온다. 5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기에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고 지금이라도 빼 버려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법한데, 그냥 빼버리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종합적으로 정리해보자면 이번작은 전작의 모든 요소를 가져와서 다듬고 개선하고 발전시켰다. 볼륨도 커졌다. 즉 전작의 탄탄한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작의 압도적인 화력을 뿜어내던 컨셉이 약해졌고 뜀박질만 정신없이 하는 퀘이크 컨셉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 어떠한가, 여전히 둠 슬레이어의 잔혹하면서 마초스러움은 변함이 없고 제일 중요한 전투가 훨씬 재미있어 졌는데.
스토리가 부실하다고 지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스토리 따위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어차피 스토리는 포르노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데. 제일 중요한 게임 자체의 기본에 충실하면 그만이지.
단 이번작이 전작에 비해 혁신이 없다는 점은 맞다. 전작의 틀에 뭔가가 더 추가된 것은 없다는 것에 이견은 없다. 그러나 이번작은 오로지 전작을 다듬고 고치는 것에 집중했던 게 목표였고 결과적으로는 목표는 성공했다. 새로운 둠 시리즈를 더 완벽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적인 무언가를 추가하는 것은 그 다음 작에 기대하면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