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회차 기준. 난이도 황무지.

 

게임 시작하자마자 오프닝만을 20분 정도 보여주고 들어가다 보니 대체 언제쯤 게임이 시작될까 하는 답답함으로 게임이 시작된다.

게임의 배경 스토리를 보여주려고 이러한 행위를 하는 건 알겠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너무 서론이 길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네러티브 위주의 게임들, 나쁘게 말하면 유사영화 게임들의 전형적인 특징이지만 그런 네러티브 보다 게임 플레이를 원하는 게이머 입장에서는 거부감이 들 수밖에.

 

게임의 전체적인 네러티브를 평가해 보자면 깔끔한 편이긴 했다.

스토리를 첨가한 많은 게임들이 있고 그 중에 못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게임들 특징이 쓸데없이 너무 많은 등장인물, 그리고 판을 크게 벌려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다는, 어떤 건 지들끼리 만 아는 소리들을 장황하게 늘여놓고 뭔 소리야 하는 말이 나오게 한다던가, 그런 것들이 네러티브를 못만든 게임들의 특징이다. 그런 것들을 숱하게 많이 봐왔다.

그런 점에서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 의 스토리는 철저하게 절제되어 있다. 그저 아저씨와 한 꼬맹이의 여정. 거기서 겪게 되는 작고 작은 사건들. 이게 이 게임의 네러티브이자 주된 스토리이다. 사이사이 배경설정 같은 것들이 녹아져 있는데 그 설정을 설명하는데 너무 장황하게 주저리주저리 함은 없었다. 그래서 스토리 부분은 군더더기 없으며 따로 단점이라고 지적할 만한 부분은 없었다.

 

반면 게임플레이 관점 에서는 정말 좋지 않은 경험이었다.

게임 플레이라고 할만한 부분은 전투 그리고 있으나 마나 한 탐험 부분인데

첫번째로 총기전투. 유사영화 게임들의 전형적인 참호전 전투다. 엄폐물이 기댄 체 머리만 내밀고 총질. 따로 우회를 해서 적들을 뒤통수 치거나 같은 전략적인 행동의 선택 폭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애초에 전투를 진행하는 지역, 맵이 코딱지 만하다 보니 이런 전투의 자유에 있어서 큰 제약이 있을 수밖에.

탄약도 워낙 적게 주다 보니 더더욱 사격을 하는 것에 신중할 수밖에 없고 쪼잔하고 졸렬하게 플레이 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하면 할수록 게임 플레이가 너무 답답하다는 느낌 밖에 들지 않았다.

 

부족한 탄약을 아껴쓰기 위해 잠입플레이를 해도 답답함은 여전하다. 애초에 잡입 플레이 디자인 자체가 잘 만든 게임이 아니다. 잘 만든 잠입 게임은 전투 지역의 지형을 살피고 적들의 숫자, 이동경로 등을 파악 후 온갖 능력과 도구들을 이용해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그리고 잠입에 들키면 어떻게 할지 플랜B 계획을 세우는 등의 계획을 세워 나가는 재미가 있는데

위에 언급한 대로 맵이 코딱지 만하니 그런 계획을 할 일이 없을뿐더러 심지어 황무지 난이도 에서는 적들의 현재 위치를 볼 수 있는 적 스캔 기능조차 쓸 수가 없다. 지형은 3차원 공간보다는 2차원 공간을 주로 사용했고 앞에는 장애물들이 많은 데다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관찰이 가능한 위치가 없고 심지어 스캔 기능까지 없고 거기에다가 시점은 계속 우측 숄더뷰에 유지하려고 하니까 초회차 입장에서 해당 지역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알 수가 없으니 일단 꼬라 박아 게임오버 화면을 몇 번 본 후 지형지물과 적의 위치 숫자를 파악한 후에 게임이 진행되는데 그 과정이 재밌지 않고 답답할 뿐이다.

아무래도 적 스캔 기능을 쓰지 못한 채로 게임 플레이에 임하는 것은 이 게임의 디자인과 많이 동떨어져 있는 듯 하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건너 뛰고 비전투로 상황을 넘길 수 있는데 처음에 투척물을 이용해 적들을 유인 한 후 전투를 넘겨서 잠입의 연장선 이면서 잠입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는 것은 좋았으나 이것도 몇 번 하다 보면 너무 쉽게 끝날 때가 종종 있어서 허무하다는 느낌이 종종 들곤 했다.

 

전투 파트를 위에 얘기한 총기액션/잠입/비전투 셋으로 나눌 수 있고 또 자신이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었으나 그 어떤 것도 칭찬을 할 수 없었다(그나마 조금 나은 점이라면 비전투 정도). 죄다 어중간 할 뿐이며 전투 양상이 비슷비슷 하고, 또 주로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 좁은 골목길 이다 보니 게임 내내 식상하고 지루하고 괴롭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더 최악인 것은 중간 중간 펼쳐지는 작위적인 연출 상황극에서 특정 게임 플레이를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계속 잠입으로 플레이 하다가 갑자기 스크립트가 발동되어서 적이 쏟아져 나오고 그걸 지금까지 잠입으로 플레이 해왔던 나에게 총기와 육탄전 전투로 플레이를 억지로 강요하게 하는 이 행위는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 몰입을 깨트리고 반발감을 불러 일으킬 수밖에.

게임 플레이를 하다가 중간에 계속 컷씬과 연출 대사 늘여놓기 등으로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고 몰입도 방해 하는 네러티브-유사영화 게임들의 특징이자 단점은 당연 했었다.

 

전투 보조 시스템으로 크래프팅과 능력수치 올리는 기능은 한숨이 나왔다. 능력치 상향을 통해 내가 전략카드 한 장을 더 얻게 되어 전투를 좀 더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그런 그림은 없다. 그저 수치가 몇 퍼센트를 더 올리니 그런 것들 뿐. 업그레이드를 해봤자 큰 체감이 들지도 않아 지금 하고 있는 행위(전투)에 뭔가 달라진 점이 느껴지지 않았다.

웃긴 건 무기 업그레이드 에서 재장전 속도 올리기, 장탄개수 올리기, 연사력 늘리기. 이런 것들이 있는데 애초에 탄약을 몇 개밖에 안주면서 이런 업그레이드가 과연 의미가 있는가? 싶었고 신체 능력치 에서 회복속도 올리기나 제작속도 올리기 이 두가지는 도대체 이걸 왜 넣었는 지를 이해 할 수가 없었다.

 

탐험 파트는 탐험이라고 부를 만한 부분이 있어나 싶을 수준으로 언급할 필요가 없거나, 혹은 언급하더라도 쓴소리가 절로 나온다. 위에 언급했던 것을 또 언급하면 게임 진행이 대부분 좁은 맵 에서 진행되니 맵이 작아서 뭔가를 탐험하고 관찰해서 찾아가는 그런 것도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혹은 여긴 왜 만들어 놓았을까 싶은 그런 무의미한 공터들이 여럿 있었다. 숨겨진 편지조각과 팬던트를 수집하는 부분도 있었으나 그걸 얻어서 뭐에다 쓰나? 생각 뿐이었고 편지조각에 숨겨진 스토리나 글귀들이 있었지만 그걸 읽어 봤자 게임 플레이에 도움이 되진 않았다.

그것 말고도 지역에서 숨겨진 재료 및 탄약을 찾거나 자물쇠 비밀번호를 찾는 등이 있었으나 그 과정이 워낙 작아 탐험이라고 불리기도 민망한 수준일 뿐.

지금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 갈 수 없는 이 게임의 디자인 구조는 이 게임이 탐험이 무의미 하다는 것을 더더욱 상기시켜 준다. 철문 하나 열어서 다음지역에 입성했다가 이유가 있어서 다시 이전 지역으로 되돌아 가려고 철문 앞에 섰는데 열 수가 없더라.

이건 특정 이벤트가 발생되어도 그렇다. 게임 진행 도중 두 갈래 길이 나와 어느 한쪽이 추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지역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한쪽은 나중에 와야지 하면서 보류하고 다른 쪽으로 갔더니 이벤트가 발생되어서 이전의 지역으로 되돌아 가지 못하게 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처구니 없어 실소가 나올 뿐이다.

그래서 게임이 은근히 긴장감을 주었다. 언제든 예고도 없이 내가 원치 않는 상황에서 갑자기 스크립트 이벤트가 발생되어 강제적으로 게임 플레이를 제한 할 수 있구나. 그런 바보 같은 긴장감 때문에 게임 하면서 긴장감이 들었다니 참 웃길 뿐이다.

 

중간 중간 퍼즐. 이걸 퍼즐이라고 봐야 할지. 꼬맹이와 상호작용 하면서 사다리 옮기고 판자 물에 띄우고 쓰레기통 옮겨서 벽 넘기고 하는 그런게 있으나 막힘이 없고 너무 쉬워서 퍼즐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고 차라리 스크립트 이벤트라고 부르는 게 맞지 않나 싶은 그런 수준이다.

 

가끔씩 소규모 이벤트, 꼬맹이와 간단한 잡담을 나누거나 꼬맹이와 다른 꼬맹이가 공차기를 한다거나 같은 그런 상황연출을 만드는데 그걸 보고 재미있어 하라고 넣은 거겠지만 이게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 아무 연관도 없고 중요성도 없다고 느끼는 입장이기 때문에 재밌다는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다들 알다시피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는 그놈의 스토리 때문에 큰 비판을 받은 게임이다.

그런데 그 게임이 비판받는 와중 그래도 게임 플레이는 좋은 편이다. 스토리만 나쁘다. 이런 식의 주장들을 들을 수 있었고 실제로 그런 가치를 받을 만한 지에 대해 직접 플레이를 해보고 직접 분석을 해봤다.

하지만 어딜 봐서 이게 게임플레이가 좋다고 할 수 있는지. 정말 많고 다양한 게임플레이를 해봤다면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 게임 플레이는 좋게 말해도 그저 그런 수준이지 엄격하게 따지면 정말 좋지 않은 경험이었다.

물론 지금 글에서 이야기 하는 건 파트1 이고 파트2를 해본 건 아니나 파트1이나 파트2나 게임 플레이 면에 있어서는 동일 하다는 기준을 가지고 서술했다. 파트2가 파트1보다 좀 더 진보되고 나은 부분이 있을? 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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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이드 드레드 (Metroid Dread)

 

닌텐도의 대표작중 하나이며 수많은 팬들을 거느린 메트로이드 시리즈가 긴 침묵을 끝내고 오랜만에 새로운 작품을 내놓게 되었다. 그만큼 정말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새 갈수록 게임판이 쉬운게임과 단순한 게임들로 대세가 되어가고, 실제로도 그런 류 게임들이 가장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은 누구 나도 알고 있는 현실이다. 메트로이드는 원래부터 쉬운 게임이 아니었다. 첫 작품 메트로이드(1986)은 복잡한 맵과 숨겨진 아이템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살펴야 했고 그 이후에 나온 슈퍼 메트로이드는 모든게 팽창되어 더 복잡하고 디테일한 맵 에서 더 많은 숨겨진 아이템 들을 수색해야 했고3차원 공간을 활용한 메트로이드 프라임 역시 아이템과 능력과 유물을 찾기 위해 복잡한 맵들을 해쳐 나가는 게임이었다. 어렵지만 그런 도전적이고 플레이어를 존중해 주는 게임 플레이 때문에 수많은 찬사를 받은 훌륭한 프렌차이즈다. 과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새로 나온 메트로이드 드레드는 이전의 시리즈 정신을 이어받아 훌륭한 게임플레이를 선사해 주었는가?

 

 

미묘하고도 츤데레 같은 맵 구조

메트로이드 시리즈 답게 시작하자 마자 넓으면서 복잡한 맵 구조에 이곳저곳 막혀 있는 문과 통로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가로막혀 있는 길들은 이후에 추가적인 능력을 해금해야 갈 수 있기 때문에 기억해둬야 했다. 월드의 구조는 이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첫번째 지역에서 막혀 있던 길은 세번째 지역에서 입수가 가능한 아이템과 능력으로 개척할 수 있는 등 각 지역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 하나의 지역이 거대한 지역의 일부인 것처럼 설계되어 있는 게임 디자인과 구조는 시리즈의 근본이자 전통이자 훌륭한 유산이다.

 

그러나 초반부부터 위화감이 들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능력을 입수 한 직후 이전에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고 했더니 통로가 폐쇄되어 되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게임 내내 여러 번 있었다. 이번 작품으로 시리즈를 처음 접한 유저들이 길을 잃어서 헤매지 않도록 배려를 해주는 장치이긴 하나 이미 시리즈를 쭉 해왔고 이런 류 게임을 많이 즐겨왔던 유저 입장에서는 되게 작위적이고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장치이다. 때문에 게임이 선형적이게 되고 제일 큰 장점이었던 비선형적 게임 플레이가 훼손이 되어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게임 중반에서는 아예 보스전 이벤트 하나 때문에 모든 통로가 막혀버리고 보스가 있는 장소까지 외길진행이 되는 부분에서는 황당함을 느꼈다.

 

슈퍼 메트로이드 에서도 이렇게 왔던 길을 완전히 막아버리고 필요한 능력과 능력 사용이 익숙해질 때가지 한 지역 안에 가둬 놓는 부분은 있었다. 그러나 슈퍼 메트로이드는 중반부부터 플레이어에게 이제부터는 너 알아서 해봐라 하면서 완전히 손을 놓아 버린다. 이때부터 모든 것은 플레이어 몫에 달려있고 아무런 도움 없이 머리를 쥐어 짜내면서 복잡하고 거대한 맵을 플레이어 능력 껏 탐사해야 했다. 제일 어렵고 힘들고 치열한 고난의 시간이었으나 그만큼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메트로이드 드레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간접적으로 도움 주는 행위를 계속 했다. 그래서 게임 진행이 선형적인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경로에 이탈해서 중간중간 왔던 길을 되돌아 가보곤 했지만 입수하지 못했던,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문제없는 능력치 아이템 들을 입수하는 것이 전부였다.

 

거대하고 복잡한 맵을 던져놓고 이제부터 너 스스로 해쳐 나가야 하니 잘 해봐라 라고 하면서 길을 제대로 못 찾아 갈까 조마조마 하여 은근슬쩍 알려주는 등 겉으로는 무심하고 차갑고 냉정하게 대하면서도 속으로는 친절하게 대해주고 싶어 하는 딱 츤데레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게 보였다.

 

위에 언급했던 대로 이번 작품으로 메트로이드 시리즈를 처음 접했던 유저들을 위한 배려인 샘이다. 어떻게 하면 이들이 복잡한 맵에서 불평불만 하지 않고 길을 잃지 않게 끔 유도할 수 없을까 하는 오랜 고민을 한 끝에 내린 산물이다. 맵과 게임 진행에 있어서 이들이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는지에 대해 확실히 느껴지곤 했으나 이런 류 게임을 오랫동안 해온 유저 입장에서는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게임 진행에 도움을 주는 마커가 없다. 진행 도중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어디서 어떤 능력을 입수해 오라고 친절하게 지도에 표시해 주는 선넘는 짓은 하지 않았다. 대신에 아담이 어떤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힌트를 주긴 하지만 힌트일 뿐 그걸 찾아내야 하는 건 오로지 플레이어 몫이다.

 

 

개성이 부족했던 각 지역들

메트로이드 드레드 에는 총 7개의 지역이 등장하나 그 중에서 기역에 뚜렷하게 남는, 인상적인 지역이 별로 없었다. 어느 지역을 가든 똑 같은 맵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어딜 가나 길쭉한 통로와 좁은 통로와 수직통로와 수평통로, 샛길 등 같은 구조가 계속 반복되었다. 사실 2차원 스크롤 시점의 방식이라는 한계 때문에 표현하고자 하는 구조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이해를 해줄 수는 있다. 그럼 구조 말고도 명확한 특정이라던가 그 지역에서만 쓰는 매커니즘의 기계라던가 이런게 체감이 될 정도로 많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런것도 없다. 그럼 배경이라도 눈에 잘 띄도록 했어야 했지만 게임의 시점과 특성 상 배경이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기에 체감이 어려웠던 부분. 마그마나 수중지역이나 저온지대 이런 걸로 각 지역마다 차별성을 만들 수 있었고 제일 쉬운 방법이기도 했다. 실제로 메트로이드 프라임이 이걸 정말 잘했다.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의 대표되는 색감과 질감을 통해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체감할 수 있게끔 했으나 메트로이드 드레드는 그러지 못했다. 심지어 위에 언급한 마그마지역, 수중지역, 저온지대 이런건 메트로이드 드레드에서 등장하는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한 지역에서만 쓰지 않고 여러 지역에서 쓰이는 행위를 해버린 탓에 특색마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이런 배경 디자인 면에서는 아쉬웠던 부분.

 

 

식은땀을 흘리게 만든 EMMI

본작에서 제일 기대했던 부분이었다. 죽일 수 없는 강력한 적이 계속 나를 쫓아온다는 컨셉은 적을 죽이고 다녔던 플레이어가 역으로 쫓기는 입장이 되어 계속 도망쳐야 하는 것을 강요받는 것은 늘 흥미롭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강력한 적과 거리를 벌리려고 계산하고 생각해야 한다.

 

이번 작품에 EMMI가 그걸 충실히 해낼 수 있었다. 그렇다,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EMMI 파트에 실망을 느끼게 되었다.

 

기계적이면서도 기괴하지만 민첩하게 움직이는 EMMI는 무서운 소음을 내면서 매섭게 플레이어를 추격한다. EMMI의 조우는 정말 긴장감이 넘쳤고 추적하는 EMMI의 포위망을 피해 구석에서 은신 기술을 써서 숨은 상태로 숨을 죽이고 있다가 코앞까지 다가온 EMMI가 두리번 거리다 되돌아 갈 때는 등에 땀 한줄기가 내려올 정도로 긴장감이 넘쳤다. 그 이후로 어떻게 EMMI를 따돌려야 하나 어떤 경로를 통해 지나쳐 가고자 하는 길에 동선을 짜는 등 여러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EMMI 한 마리를 간신히 처치하고 두번째 조우 에서는 처음 조우했을 때 느꼈던 그 팽팽한 긴장감이 현저히 줄어들고 세번째부터는 그저 상대하기 귀찮은 존재가 될 뿐이다.

 

EMMI에 잡혀 죽어도 어차피 체크포인트에 다시 시작하게 되니 잡혀도 그냥 재도전 하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임하게 되고 EMMI 활동 반경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각 지역마다 한 개씩 EMMI가 서식하고 활동하는 지역이 입구부터 표시되어 있는데 이 안과 밖의 긴장감의 온도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EMMI가 게임의 구조와 결합이 제대로 안되어서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EMMI이 활동하는 EMMI존이 따로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이 밖에서는 탐험과 탐사 위주로 게임 플레이가 진행되다가 EMMI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탐험과 탐사는 없고 무조건 도망자 잡기 에만 집중이 되어 버린다. 게다가 EMMI가 너무 허무하게 활동이 중단되는 것도 문제다. 각 지역의 수문장 역할을 하는 EMMI가 한대씩 있는데 이 수문장 한 마리를 죽이는 순간 그 이후부터 EMMI존은 안전지대가 되고 팽팽한 긴장감도 사라지게 된다. 이 좋았던 요소가 너무 허무하게 낭비되는게 아닌가 싶은 아쉬움이 있다.

 

이로써 EMMI 등장은 게임의 재미를 크게 올려줄 수 있었지만 뭔가 하다 만 듯한 절제된 모습에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차라리 EMMI의 추적 능력을 좀 떨어뜨리고 대신에 활동 반경이 EMMI 존 하나에 국한되어 있지 말고 온 맵 전 지역을 쑤시고 다니면서 플레이어를 쫓아와 플레이어가 탐사 등의 행위에 간섭을 주어 플레이어는 EMMI에 거리를 벌리고 안전이 확보되었다고 판단된 상태에서 탐험과 탐사 행위를 하는 등 플레이어가 계산을 하고 전략을 짜게 끔 만들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EMMI 한 마리를 잡으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 타자 EMMI가 등장해 또 플레이어를 추격하고 이 녀석을 잡으려면 어서 다음 지역에 가서 필요한 능력치를 입수하라 하고 플레이어에게 절실한 탐험과 게임 진행을 강요 했었더라면 게임이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계속 유지했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디자인하면 레벨 디자인 통째로 전면 재수정을 해야 하고 새로 시리즈를 처음 접한 유저층들은 곡소리가 난무했겠지만.

 

 

 

여전했던 아쉬움과 좋은점이 섞였던 전투

메트로이드 시리즈가 사실 전투는 그리 대단한 게임은 아니었다. 잡몹들 과의 전투는 능력이 없는 초반부에서나 의미가 있었지 이후 능력을 차례대로 해금하고 어느정도 능력치를 입수한 중반부터 귀찮아지는데 계속 리스폰 되는 걸 이용해 오히려 총알과 체력 아이템 셔틀이 될 뿐이고 후반부 된 시점에서는 점프하는 것 만으로도 적들을 처치할 수 있으니 이 시점부터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때부터는 더 탐사에 집중하라는 개발자의 의도이긴 했으나 각 고유 패턴을 가진 적들을 제대로 써먹지 않는 다는 점에서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중간 보스전, 기계 병사 등 특별한 전투가 여럿 마련되어 있었고 역시 닌텐도 답게 독특한 패턴으로 무장한 보스전은 상당히 재미있으며 그동안 습득한 능력들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다. 그리고 게임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보스전은 상당히 도전성을 요구했고 간신히 클리어 하는 순간은 기분이 최고조에 달했다.

 

 

시리즈의 부활이자 시리즈의 귀환을 알리는 종소리

메트로이드 시리즈는 긴 시간의 침묵을 깨고 드디어 새로운 작품이 등장하였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시리즈 팬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여럿 있는 작품이었으나 메트로이드 시리즈의 근본인 거대한 맵에서 탐사한다는 게임 플레이 개념은 건재했다. 팬이라는 입장에선 충분히 이해를 하고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며 시리즈를 처음 입문하는 자에게는 이게 메트로이드 시리즈다 라고 자신있게 어필할 수 있는 더 없이도 좋은 작품이었다. 이 기세를 힘입어 이전 클래식 메트로이드 작품들을 즐기기에는 정말 좋으며 기존 시리즈 팬들은 아직 나오지 않은 궁극의 작품 메트로이드 프라임을 기다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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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대단하고 뛰어난 게임성을 보여준 아케인이 또다른 작품을 내놓았다. 데스루프는 이전 아케인이 내놓았던 프레이 DLC 문크래시의 확장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루프 속에서 플레이어는 이 지옥 같은 루프의 연쇄고리를 끊기 위해 정보와 단서를 찾아야 한다.

 

- 아케인 스타일이 잘 묻어나온 수준높은 레벨디자인

데스루프 에서는 듀토리얼 지역을 제외하고서 고작 4개밖에 안되고 규모가 작은 지역들을 제공하고 있지만 레벨디자인의 명가 아케인 답게 그 4개의 지역들은 정말 디테일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모든 지역들이 어떤 구역을 가든 오브젝트들과 장치들이 빽빽이 배치되어 있고 각 구역들은 기억에 뚜렷하게 남는 특별하고 개성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게임의 엔딩을 보고 난 후 게임 스크린샷 한장만을 던져주면 아 이거 그 지역의 거기네라고 단번에 말이 나올 정도로 기억에 뚜렷하게 남는다. 거기에다 각각 구역들이 연결되어 있는 통로나 길은 수십개는 되어 넓고 다양한 접근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과 그 거리와 구역들이 정말 현실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요새 맵만 무식하게 넓고 디테일함이 없는 몰개성한 오픈월드게임에 비판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 이미 아케인은 그 해결법을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그 제시하고 있는 아케인은 업계의 모범이다.

 

- 타임루프 라는 독특한 게임 시스템

이름 그대로 이 게임의 메인 핵심이자 이 게임을 유니크하게 만들어 주는 특별한 시스템이다. 이 게임의 목표인 타겟 7명의 VIP들을 한꺼번에 죽여야 하는데 이들이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두 다른 지역과 다른 시간대에 흩어져 있어 한꺼번에 죽이는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들이 함께 모이도록 판을 짜야 한다. 그래서 그들과 관련된 정보를 모으고 뒷조사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하고 정보 하나를 얻기 위해 몇번이나 하루를 반복해야 한다. 하루에 한꺼번에 정보를 다 수집할 수 없게끔 설계된 건 이 게임이 그만큼 치밀하게 디자인 되어있다는 뜻이다. 가령 어떤 정보는 오전 시간에 어떤 지역에서만 입수가 가능하다. 그래서 그걸 얻으려면 아침 되자마자 중앙 시설로 가 전력을 해당 지역으로 보내줘야 한다. 그런데 또 다른 정보는 아침시간대에 중앙시설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얻을 수 있으므로 플레이어는 둘 중 어디를 먼저 갈 지 선택을 해야 한다. 이밖에 오전에만 방문할 수 있는 구역, 오후에만 운영되는 건물, 밤에만 파티가 열려 특정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순간, 그 뿐만이 아니라 앞서 전력을 특정 구역에 보내는 행동처럼 앞서 선택했던 행동들의 영향이 그 다음시간대에까지 영향을 미쳐 구조나 적인 영원주의자들의 배치에 영향을 주는 등 각 시간대와 구역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이 모든 것들을 플레이어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한다. 정말 치밀하고도 훌륭하게 디자인된 게임 구조를 갖추고 있다.

 

- 뭔가 아쉬움이 남는 전투양상

데스루프의 전투는 크게 두가지로 선택된다. 잠입과 전면전. 아케인의 훌륭한 레벨 디자인 덕분에 깊이 있는 전략을 어느정도 구사하고 있다. 디테일 하고도 현실 같은 구조의 레벨 디자인은 다양한 침입과 도주 가능한 경로, 숨을 수 있는 은엄폐 구조물은 어딜 가나 있고 다양한 구조를 갖춘 야외와 실내와 골목길 장소들은 플레이어가 원하는 전략을 구사해 줄 수 있는 레벨디자인이다. 그러나 훌륭한 레벨디자인처럼 전투부분에 좋은 점도 있었으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우선 적들의 AI가 다소 애매한 편이다. 바로 옆에서 동료의 배때기를 칼로 쑤시고 동료가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시야각이 좁고 눈치가 없다. 제대로 위치만 잡고 저격총을 들어 쏘기 시작하면 한 구역의 전 영원주의자들을 쉽게 소탕 가능하다. 이건 게임을 진행할수록 문제가 심화된다. 강력한 도주스킬과 강화스킬을 입수하고 나면 아무리 위치가 발각되고 적들에게 포위되어도 손쉽게 상황을 뒤집어 버린다. 그뿐 만이 아니라 적은 오로지 인간형 적 하나뿐이고 무장도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다양성이 현저히 부족하다.

그나마 네비게이션으로 시야각을 친절히 보여주지 않아서 다행이었고 갑자가 총성이 들리면 바로 엄폐하는 행동은 좋았으며 감지 포탑과 경보기 지뢰들을 이용해 전투 양상에 변수를 주려고 했으나 결국 갈수록 전투의 깊이가 드러나고 초반에 어느정도 긴장감을 주었던 적과의 전투는 후반부가 되면 귀찮음으로 변질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게 위해 줄리아나를 도입한다. 진행 도중 종종 침입을 하여 플레이어와 동등한 능력과 총기를 사용하고 타겟팅을 지정해 영원주의자들이 플레이어 쪽으로 몰리게 하는 등 플레이어를 괴롭혀 조금이나마 긴장감을 주기는 하지만 줄리아나의 AI도 그다지 신통치 않아서 결국 가지고 놀게 된다. 일반 병력의 AI가 무능하면 줄리아나의 AI 만큼은 신경을 썼어야 했으나 비슷한 AI를 탑재하고 있었다. 그럼 하다못해 줄리아나의 신체적인 스펙 혹은 능력을 대폭 강화 시켰어야 했으나 그것도 하지 않았다. 결국 온라인 멀티플레이까지 도입시키게 된다. 이런 게임 디자인 문제의 책임을 플레이어들에게 전가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마저도 전투가 너무 정신없는 순삭 전투에 한번 물리치면 두번은 침입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물리치고 난 이후에는 긴장이 풀리며 위에 언급했던 단조로운 아쉬운 전투 양상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어진다.

전투부분은 좋은 점도 있었으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 제대로 잡힌 게임의 방향성

그래도 이 게임은 전투가 핵심이 아니다. 단서를 수집하고 퍼즐을 풀고 상황을 분석하고 행동을 계획하는 등 전체적인 게임 흐름의 판짜기가 주된 핵심이다. 임무 시작 전 얻었던 정보들을 종합하고 방문할 지역들을 고민하는 부분은 이 게임에서 제일 재미있는 순간. 이 과정 속에서 플레이어가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게 된다. 임무 중 우여곡절을 겪고 임무가 잘 된 하루가 있는 반면 크고작은 실수로 아무것도 얻은 게 없이 마무리 짓게 되는 등 플레이어의 선택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그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플레이어 자신만이 경험이 담긴 스토리를 만들게 된다.

 

- 종합

플레이어의 경험과 선택을 존중하는 아케인은 또 하나의 명작을 내놓았다. 심지어 실험성이 돋보이는 특별하면서도 유니크한 게임이다. 아쉬운 부분이 여럿 있었고 다소 짧은 플레이 시간 또한 아쉬움이 남으나 뛰어난 게임성 때문에 그만큼 게임이 짧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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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다 야생의 숨결(이하 야숨)의 첫 인상은 대단했다.

동굴 같은 사당을 벗어나 광활한 대지에 푸른 잔디밭과 눈부신 햇살 저 멀리 펼쳐진 유적들과 산의 광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이런 아름다운 월드를 누빌 생각에 잔뜩 기대와 흥분을 했다.

그리고 나의 기대에 맞게 야숨은 뛰어난 방식으로 오픈월드를 표현하였는데 월드에 관해 플레이어에게 어떠한 안내나 설명을 주지 않는다. 제대로 된 지도 없이 플레이어가 직접 주위를 둘러보면서 주변을 한눈에 관측하기 쉬운 고지대를 찾는다. 고지대를 찾으면 직접 그쪽으로 향하여 정상까지 올라간 다음 탑을 찾는다. 탑을 찾으면 다시 그쪽으로 향하여 탑을 올라가자 드디어 지역에 관한 지도를 입수하게 된다. 그 지도를 토대로 또다시 높은 탑위에서 주변 일대를 관찰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 목적지를 플레이어가 직접 마커를 한다. 마커를 하고 나는 순간 준비는 다 마친 샘.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플레이어가 고지대에 올라가 전망 좋은 곳에서 월드를 둘러보며 관측행위를 하고 계획을 수렴하여 행동을 하게 만드는 과정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아름답게 꾸며진 월드가 게임 플레이와 자연스럽게 융합된 형태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지역 지도를 입수하고 사당 몇 개를 점령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디테일에 관해 아쉬움이 느껴진다.

첫번째로 야숨에서는 인카운터 라는 개념이 약하다. 아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필드에서 마주칠 수 있는 건 보코블린이라는 괴물은 게임내내 지겹도록 마주치게 되는데 이들이 야지에서는 자기 구역이 뚜렷해서 곧 마주치게 된다는 예측을 쉽게 할 수 있고 동시에 쉽게 피할 수도 있다.

간혹 이가단 자객과 마주쳐서 전투할 때도 있으나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그리 위협이 될 만한 스펙또한 아니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다. 차라리 뜬금없이 마주치는 가디언들 이야말로 큰 긴장감을 주는 존재다. 정말 아픈 원거리 공격을 쫓아오면서 쏘아대니 타겟팅 당하면 얼른 엄폐물을 찾기 급급하다.

그 외에는 플레이어에게 적극적으로 긴장감을 주는 인카운터나 무언가가 없다. 야간에 스탈 리잘포스나 박쥐떼가 종종 등장하지만 폭탄 업그레이드하고 나는 시기에는 그저 위협이라기 보다는 귀찮은 존재가 될 뿐. 아니면 페스트 트래블을 써서 마을로 귀환한 다음 낮이 될때까지 쉬었다 오면 된다. 전투 중 불리하거나 후퇴가 필요할 때는 지도를 열고 페스트 트래플을 써서 귀환을 해버리면 그만이다. 길을 잃어버리거나 물자가 부족해서 더 이상 앞을 나아가지 못해도 페스트 트래블을 써서 귀환하면 그만이다. 이 제약도 없이 마구 남발하는, 심지어 교전 중에서도 아무런 패널티 없이 페스트 트래블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진다.

의미 있게 작동되고 있는 시뮬레이션 같은 요소가 없기 때문에 그 넓은 월드가 맵만 넓지 속은 얕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추워서 방한복이 필요한 구역이나 방열복이 필요한 구역, 습지대, 평야, 험준한 바위계곡 한없이 펼쳐진 바다 등 각 지역마다 뚜렷한 특징과 개성을 가졌고 맑은날, 비가오는 날, 천둥이 쳐서 금속계열 무기 사용에 제한이 있는 등 유동적인 날씨변화는 좋았으나 이걸 통해서 플레이어가 치밀하게 전략적 계획을 수립하도록 유도하는 데에는 부족했다.

특정 지역의 지도개방 후 한번 주요 부분들을 훑고 나서 사당들을 방문한 다음 몇 가지 숨겨진 아이템들을 입수하고 나면 그 지역에 다시 방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간혹 입수하지 못한 아이템 및 서브퀘스트들 때문에 재방문 하는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단한 첫 인상에 비해 어느정도 성장을 한 중반부터 월드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퀘스트의 구조에 대해서는 칭찬할 점이 많다. 서브퀘스트나 사당찾는 퀘스트들은 모두 퀘스트 마커를 주지 않는다. 정확히는 의뢰자 에게만 퀘스트 마커가 뜰 뿐이고 절대로 지도에 어떠한 마커나 표식을 띄워주지 않는다. 미약한 정보 하나만을 가지고 추측하고 그와 관련된 지역에 가서 조사한 후 퀘스트를 완수하거나 아니면 관련된 물품을 입수를 해서 의뢰자에게 보상을 받는 식이다. 플레이어가 직접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든 후 답을 내게끔 유도하는 방식은 매우 좋았다. 그러나 서브퀘스트들이 메인퀘스트와 직접적으로 얽혀있지 않고 게임의 설정과 배경스토리 설명 정도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게임 플레이를 통해 게임 배경설정을 알려준다는 방식에 대해서는 칭찬할 부분이다.

그러나 왜 메인퀘스트들은 친절하게 띄워주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특정 지역의 기역입수 퀘스트를 제외하고 모든 메인퀘스트들은 친절하게 마커를 띄워주었다. 대화를 하면서 커다란 특징들을 알려주어서 사실상 마커가 불필요 함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마커를 띄워주는 행위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야숨에서는 몇 가지 형태의 던전이 등장하는데 지겹도록 마주치는 던전이 바로 사당이다. 야숨 월드의 전역에 숨겨진 수많은 사당은 개성 넘치는 퍼즐들로 플레이어가 지닌 도구들을 통해 풀어나가는 것이 흥미로웠으나 너무 짧다는 점, 보통 매커니즘 활용이 두번, 많게는 세번 정도, 심지어 너무 짧아서 이게 끝인가? 숨겨져 있는 장치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했던 적도 있다. 허나 그 수많은 사당들이 중복된 퍼즐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퍼즐을 만들어내면 아이디어나 소재 고갈로 똑같거나 비슷한 매커니즘의 퍼즐을 재활용하는 경우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이 모든 퍼즐들이 각자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하지만 중복된게 없는 건 아닌데 소형 가디언 잡는 게 전부인 사당들이 많았다. 그것도 거슬리는 수준으로. 고작 초급중급상급으로 나누는 게 전부였고 발목까지 불이 찬 지형이나 기둥이 있고 없고의 지형차이 뿐이라서 하고 나면 보람참을 느낄 수가 없었다.

사당 퍼즐이 짧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이건 일종의 워밍업이었다. 이 사당퍼즐은 신수퀘스트로 커다란 빛이 되어준다. 신수퀘스트는 지금까지 사당을 통해 배워왔던 퍼즐의 총 집합이자 시험이다. 신수 안은 복잡하면서 거대한 미로의 형태를 띄웠는데 그 안에 많은 퍼즐들이 배치된 것뿐만 아니라 플레이어가 직접 신수를 조작해 내부 구조를 변형시켜서 해쳐 나가야 한다. 신수퀘스트는 그야말로 치밀하게 구성된 최고의 던전이다.

그에 비해 마지막 무대가 되는 하이랄 성은 퍼즐같은게 전무했고 그저 수많은 피통많은 괴물들과 치열하게 싸우는 것뿐이어서 신수퀘스트 만큼의 재미는 없었다.

이밖에 로메이 미궁은 짧다는 점이 아쉬웠고 코로그의 숲에서 펼쳐지는 이벤트들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야숨은 퍼즐과 던전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게임이다.

 

전투에 대해서는 그다지 말할게 없다. 굳이 말하자면 심심한 정도. 전투에 비중이 그리 큰 게임이 아니다. 적의 가짓수는 별로 없고 색상놀음이 심하며 플레이어가 전략적으로 무언가를 행동할 수 있는 것 또한 적다. 그나마 독특한 패턴으로 구성된 보스전은 할만했다.

 

총평으로는 젤다 야생의 숨결은 상당한 명작임에 분명하다. 오픈월드를 비롯해 몇몇 부분들이 아쉬웠으나 전체적으로는 정말 뛰어난 게임이며 후속작 야생의 숨결 2가 기대될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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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바이오하자드 (이하 바하) 8편은 어디까지나 바하7을 기본 베이스로 하여 몇가지의 변환점을 섞어놓은 작품이다.

호러 어드벤처라는 장르에 걸맞게 전작 바하7처럼 탐험의 요소가 강조된 게임이다.

그리하여 탐험이라는 말에 걸맞게 깊고 탄탄한 구성이 되어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는 않다. 바하8은 작게 봤을 때는 비 선형적인 게임 진행을 갖춰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되는 무대에 오르게 되면 플레이어에게 무엇이 목표인지를 확실히 보여줌으로써 플레이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생각하고 예상을 할 수가 있다.

그리고 방안을 뒤져 숨겨진 단서를 찾고 다음 지역으로 가는 길을 막아 놓은 문을 열기위해 열쇠를 찾아 주변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수색하는 등 탐험의 행위는 이 작품의 근본이자 정말 재미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 탐험을 하는 범위나 지역의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다. 겉으로만 보면 디테일한 방들이 모이고 뭉쳐서 어느정도 규모를 갖춰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방들이 서로 유기적인 연결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맵의 구성도를 설명하면 이렇다. 챕터가 시작되면 허브 역할을 하는 곳에서 게임이 시작된다. 탈출할 수 있는 문이 앞에 놓여있는데 탈출을 하려면 가면 4개를 가져와야 한다. 가면을 하나씩 찾기 위해 뛰어다니기 시작하는데 작은 규모의 장소가 우선적으로 열리며 그쪽지역에서 탐험을 하고 퍼즐을 풀고 한바탕 전투를 펼쳐서 가면 하나를 입수하고 나면 다음 가면을 찾기 위해 또 하나의 소규모 장소가 열리게 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전에 방문했던 장소들을 둘러볼 필요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작은 규모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기서 다 해결을 마치게 되는 구조다. 이전 장소로 돌아갈 때는 입수하지 못한 유니크 아이템을 찾기 위함 말고는 없으며 이 유니크 아이템이 게임 진행에 있어서 필수인 것 또한 아니다.

이건 게임 전체를 봤을 때도 확실하게 보인다. 처음 입성하는 성 파트를 마치고 난 다음 모든 길로 통하는 중심부 허브지역으로 가게 된다. 사각 플라스크를 모두 입수해야 한다는 목표를 받은 후 무조건 언덕 위 저택으로 가야 하며 거기서 일을 모두 끝마치면 무조건 그 다음은 저수지이며 그 다음은 공장으로 가야한다. 역으로 처음부터 공장으로 간다는 선택지는 없으며 그 지역을 완수하고 나면 아예 통째로 해당 지역을 차단시켜 버림으로써 다시는 갈 수 없도록 막아 놓는다.

즉 게임이 탐험을 강조하여 비 선형적인 게임 진행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큰 흐름과 구성도는 선형적이다. 결국 게임 진행을 장기적으로 보지 못하고 매번 단기적으로만 보게끔 설계되었다. 길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효과는 있지만 게임의 깊이성을 상실하고 어느정도 규모가 있던 지역이 사실 모두다 따로따로 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길을 잃거나 헤매는 경우가 없었다.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가야 하는지 고민을 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도를 펼치는 이유가 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로 진행할지 경로를 짜고 생각하기 보다는 내가 발을 밟은 이 지역에 아이템을 다 입수했는지 안했는지를 확인하는 용도로 쓰인다.

(이것은 바하7도 동일한 문제였다. 바하7 또한 3개의 커다란 지역으로 나뉘어지며 무조건 순차적으로 가야하고 한번 갔던 지역은 다시 되돌아 가지 않았다)

뭔가 있어 보일법 했지만 그 깊이에 아쉬움이 남았던 탐험 파트였다면 액션파트는 어떤가? 우선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것은 나를 추격하는 죽일 수 없는 적이다. 이 특별한 요소 덕분에 게임에 긴장감을 높이고 지도를 펼쳐서 이 적을 어디로 유인하고 어디로 우회해서 마주치자 않을 지 전략적인 선택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 그 무적의 적 이라는 개념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첫 성 챕터에서 그 역할을 디미트리스쿠 여사와 세 딸들이 했었으나 빈약한 AI 때문에 손쉽게 따돌릴 수 있다. 플레이어를 잘 추격하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추격하다 말고 사라져 있는 상황도 발생한다. 추격하는 상황도 손에 꼽을 정도로 몇 번 없다. 리메이크 2편에 등장하는 미스터X는 그야말로 플레이어를 끝까지 쫓아올 기세를 보여줘 긴장감과 동시에 플레이어가 지도를 펼쳐서 어디 경로로 어떻게 가야 할지 철저히 계획을 세우게 만드는 요소였다. 반면 이번 바하8은 너무 초라할 정도다.

게다가 심지어 말도 안되는 안전지대인 세이브존 덕분에 더더욱 게임 진행이 쉬워진다. 적이 꽁무니까지 쫓아온다 한들 이 세이브존 안으로 발만 걸치면 시무룩 하면서 등을 돌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 버린다. 이 말도안되는 요소 하나 때문에 긴장감과 공포감이 넘쳤던 게임 분위기가 순식간에 식어버린다.

이 게임의 재미를 순식간에 반감시키는 요소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내내 등장했었다. 캡콤사는 이 요소를 없앨 생각은 앞으로도 절대로 없을 것이다.

 

전투파트도 그렇게 좋진 못했다. 애초에 이 시리즈 자체가 탐험과 어드벤처가 중점이었지 강렬한 전투와는 거리가 있었고, 이번작품 바하8 또한 전투 부분에 대해 딱히 내세울 점이 없다. 전투 양상이 특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번 단단한 맺집을 가진 좀비들과 조우하게 되나 많아봤자 넷 정도 나오는 것이 전부이며 교전이 일어나는 장소는 좁은 길목이 대부분이라 전투 양상이 쏘고 후퇴의 반복이다. 좀비들의 가짓수가 적지는 않았다. 9종의 좀비들이 등장 했었고 각 좀비들 마다 약점의 차이가 있고 민첩함의 차이가 있고 맺집의 차이가 있었으나 결국은 이 좀비들이 모두 근접공격을 하는 좀비들 이라는 것이다. 딱 두번 정도 원거리 공격을 퍼부었던 상황만 있었을 뿐, 그것마저 저격총으로 쉽게 제압을 했었다. 결국 플레이어는 좀비의 약점 공략과 거리계산 이 두가지만을 신경쓰기 때문에 전투가 특별하게 와닿지 않을 수밖에.

첫 습격 전투때는 이집저집 옮겨가면서 바리게이트도 치고 지붕위로 올라가서 다시 장소를 옮겨가면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였었는데 그런 전투는 그 이후에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와 달리 보스전들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다. 후퇴할 수 없는 링 위에서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고 보스는 각종 패턴공격을 구사하며 플레이어가 몸으로 익히고 대응을 해야 한다. 그냥 뒤로 빠지면 되었던 일반 좀비 전투와는 달리 몸소 패턴을 익혀가며 대응해야 했고 그런 보스전이 상당히 많아 상대적으로 덜 지루했다.

그리고 후반부에 본격적인 총기 액션씬이 등장하는데 이건 정말로 최악이었다. 뒤에 후술할 내용이므로 여기서 말하지 않겠다.

그 특별하지 않은 전투가 물자관리 시스템 덕분에 그나마 할만해진다. 매번 전투때마다 어떻게 총알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적을 죽이느냐가 관건이며 항상 가방에 총알이 몇 개 있는지 머릿속으로 계산해둬야 한다. 이번 작에서는 무제한으로 장비를 넣어둘 수 있는 개인상자를 과감하게 없애버렸다. 덕분에 훨씬 더 인벤토리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처럼 보였으나 동시에 조합용 아이템과 퀘스트용 아이템이 인벤토리에 간섭이 안되도록 바꿔 놓는 행위를 저질러 버렸다. 전작들은 인벤토리 함에 더 들고 다닐 공간이 없으면 사용하던 아이템을 과감하게 버리거나 사용했고 앞에 놓인 아이템을 잠시 놓아둔 다음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다시 와서 입수를 하는 행위를 했었다. 그러나 이번 바하8은 어느정도 인벤토리 확장 업그레이드를 하니 개인보관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벤토리 여유공간이 없어서 고민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나마 재료를 통한 아이템 조합 시스템은 건재하나 재료들을 무제한으로 들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예상하고 미리 아이템을 조합해 준비할 필요가 없이 탄약이 거의 바닥날쯤 그때그때 상황마다, 심지어 교전 중에서도 즉각 재료를 조합할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 활용도가 떨어진다.

바하4편에 처음으로 등장한 상인이 도입되었다. 돈을모아 상인을 통해 각종 아이템 구매를 할 수 있고 총기 업그레이드까지 가능하다. 그리고 돈은 곳곳에 숨겨진 아이템과 돈을 입수하거나 혹은 좀비를 죽여야 한다. 그리고 모인 돈으로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지 고민하게 된다. 결국 관리해야 될 자원이 하나 더 늘어난 샘인데 문제는 이게 게임 전체를 지배하는 자원이며 소지 제한이 없다는 너무 관리하기 쉬운 자원이라는 것이다. 이 돈 때문에 게임 진행에 많은 변수를 차단시켜버린 다는 것이다. 아이템을 습득 시 지금 나에게 절실히 필요한 아이템이 나오면 좋지만 그렇지 않는 아이템이 나와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게끔 유도 하는게 좋았을 텐데 그냥 모든 걸 할 수 있는 돈을 줘버리니 자원관리를 하는 게 아무런 부담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 이전작 바하7이나 리메이크작에과 달리 관리해줘야 할 지원이 하나 더 늘어났는데 오히려 생각할 게 줄어들어 버린 샘이다. 게임이 단순해 졌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 그나마 총기 업그레이드라는 기능이 생겨 큰 돈을 투자해 어디

쪽으로 화력을 집중시키고 그것에 따른 아이템 조합을 할지, 그리고 중간중간 새로운 무기가 던져졌을 때 기존의 투자해놨던 총기를 과감하게 버려야 할지 아니면 끝까지 들고 가야 할지 선택의 상황이 몇 번 나타났던 점은 좋게 봐줄만 했다.

 

이번 작에도 수많은 퍼즐들이 등장한다. 모든 퍼즐들이 그 게임의 배경과 분위기에 너무 잘 녹아 있다는 점은 상당히 칭찬할만 하다. 못만든 게임들의 퍼즐들을 보면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너는 이 퍼즐을 무조건 풀어야 해 라는 뜬금없고 납득이 안가는 연출들을 보여주는 반면 바하 시리즈에 디자인된 퍼즐들은 대부분 배경과 잘 어울리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었고 이번작 바하8또한 배경과 훌륭하게 어울려 정말로 내가 이 처지에 놓여 퍼즐을 풀고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퍼즐 디자인들이 조금이라도 다른 형식을 갖췄기 때문에 다 그 퍼즐이 그퍼즐이네 같은 소리도 나오지 않았으나 대부분의 퍼즐들이 장기적으로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즉시 해결하는 짧고 쉽고 분량이 작은 퍼즐 뿐이라 아쉬움이 들었다. 그나마 게임 내내 등장하는 퍼즐들 개수가 많았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았다.

 

각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챕터들을 나열해본다면

첫 성챕터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보여주는 파트이며 게임의 근본을 충실히 보여준 파트이다. 시작하자마자 4개의 가면을 구해야 한다는 임무목표를 확실히 전달받고 여러 개의 방들을 헤집고 다니며 좀비들을 죽이고 퍼즐들을 풀고 디미트리스쿠 여사와 세 딸들에게 쫓기는 게임진행을 보여주었으나 위에 언급한 다소 빈약한 탐험파트 빈약한 전투파트 시시한 AI 등으로 아쉬움이 있었던 부분이다.

 

두번째 저택의 인형의집 파트는 이 게임에서 제일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여기서는 무기 및 장비들을 모두 뺏어버리고 오로지 퍼즐만 풀게 된다. 챕터 전체가 퍼즐로 디자인이 되었다. 마지막 보스전은 지금까지 시리즈에 보지 못했던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되었으나 전체적으로 다소 분량이 짧고 지하실의 그 무지막지한 존재와 조우해서 대처하는 게 너무 짧을 뿐더러 쉬웠다는 점이 아쉬웠다.

 

세번째 저수지파트는 정말 이 게임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파트였다. 물 위에 놓여있는 나무판자를 타이밍에 맞춰서 넘어가는 게 전부였다. 한 발이라도 헛디디면 바로 미끄덩 해서 물에 빠져버릴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으나 실제로 물에 빠질 일도 없고 타이밍에 맞추는 것도 너무 쉬워서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단조롭고 시시함이 느껴졌던 파트다.

네번째 공장. 첫번쨰 성 파트처럼 탐험적 부분이 강조된 부분이며, 성 보다는 조금 더 탐험의 깊이가 있었고 강력한 적들이 다양하게 등장해 조금 더 긴장감 있는 전투를 펼쳤으나 위에 언급했던 계속 쫓아오는 무적의 적. 즉 디미트리스쿠 여사 같은 존재의 부제에 허전함을 느꼈으며 보스전은 보스전 답게 피말리는 전투가 아닌 간단한 미니게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 다음부터 갑자기 게임의 장르가 뒤집어지는 전개를 펼친다. 이 게임에서 정말 최악의 파트다. 지금까지 한껏 긴장감을 주면서 탐험을 하고 길찾기를 하던 게임이 총기를 들고 마구 난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보여주며 지금까지 몰입되었던 부분이 한순간에 확 달아나버린다. 호러 어드벤처 게임이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호러 어드벤처로 나가야 된다는 게임 장르적인 문제를 삼는게 아니다.

그냥 단순하게 이 게임에서 제일 재미없었던 부분이기 때문에 지적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구작 바하4편만 보더라도 총기액션 전투의 비중이 게임의 전체를 차지했으나 아예 전투 하나만을 집중했던 만큼 탄탄한 전투 디자인을 갖춰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바하4편은 전투지역이 대부분 넓으면서 각종 지형으로 구불구불하고 복잡하게 나있고 심지어 다층구조로 디자인 되어있어서 플레이어가 전술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아주 넓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적들이 근접공격만 하는 것뿐이 아니라 원거리 공격까지 해왔고 한술 더 떠서 우락부락 한 덩치 하는 녀석이 한대만 맞아도 훅 갈듯한 거대한 오함마를 들고 느릿느릿 천천히 걸어와서 플레이어를 압박해 오는 등 특별한 속성을 부여 받은 적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기에 그만큼 전투의 흐름을 파악하고 전술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즉 전략성이 높은 게임이었다.

당연히 그런 거에 훨씬 못미칠게 뻔히 보였고, 결과 또한 그랬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파트가 정말 짧았다는 점. 조금이라도 더 질질 끌지 않아서 천만 다행이었다. 차라리 전작처럼 DLC로 내놨어야 했을 부분이다.

 

대망의 최종 보스전이 시작되었고 최종 보스에 걸맞게 무자비한 패턴의 공격을 구사하며 진땀 흘리는 전투를 마치고 나면 성취감을 얻으며 엔딩을 보게 된다.

 

종합적으로 게임은 기존의 탐험이 강조된 호러 어드벤처 게임 장르를 그대로 가져온 체 몇가지의 부분에 변환점을 주었으나 그것들이 모두 긍정적인 결과를 낳진 않았다. 그리고 그 변환점 들이 기존의 게임 베이스 틀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떠한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했고 그것과는 별개로 기존의 게임성 부분에서 두드러지는 개선점이 없었기 때문에 전작에 있었던 단점들이 이번 작에도 고스란히 이어진 부분도 있었다.

내내 아쉽다는 말을 많이 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어느정도 할만한 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기본 베이스인 탐험요소가 짙고 다양한 퍼즐이 끼워져 있는 게임 디자인은 여전했다. 기본만큼은 해주는 탐험적 요소, 기본만큼은 해주는 다양한 퍼즐, 중요한 것은 최소한 전작 바하7만큼의 재미를 준 다는 것이다.

바하 시리즈를 재미있게 했다면, 전작 바하7을 재미있게 했다면 이번작 바하8 또한 해볼만 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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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하자드2 리메이크(이하 RE2)는 그야말로 클래식한 게임이었다. 요새 트리플A 게임들에는 찾아보기 힘든 구불구불한 길찾기 요소 위에 각종 퍼즐들과 피 말리는 물자관리는 정말 매력적인 요소였다. 사실 요새 많은 게이머들이 이런 복잡한 요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다 보니 제외했을 법 했지만 고맙게도 제외하지 않았고, 그리하여 깊이 있는 완성도 높은 게임이 되었다.

나는 최소한 앞으로 나오는 게임들이 이러한 형태를 갖추기만 해도 불만이 없었을 것이다. 다음에 나오는 후속도 최소한 이것만큼만 해주기만 한다면 정말로 고마웠겠지만 그것과 달리 이번 바이오하자드 리메이크3(이하 RE3)는 시끄러운 잡음이 나오고 있었다.

 

RE2보다 훨씬 못 미치는 구성도.

RE2R.P.D. 본청이 주 무대이며 지하실부터 시작해서 복잡한 다층 구조와 구불구불한 길, 중간중간 퍼즐을 통해 게임을 진행하거나 혹은 도움이 되는 물자가 공급이 되었다. 거대한 건물 안에 수많은 방들을 하나하나 해처나가기 위해 열쇠를 찾고 단서를 찾고, 탐사하는 과정에 수십번을 왔다 갔다 했었다. 그만큼 치밀한 레벨디자인 이었기에 크게 기억에 남는 게임 레벨디자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RE3는 그런 주 무대라고 말할 수 있는 지역이 없다. 모든 구역들이 따로따로 분리되어 있다.

RE2는 초반 탐사를 하다가 중간중간 갈 수 없는 방들 혹은 막혀 있는 길을 조금 더 진행하고 다른 구역을 갔다 와야 개통되는 요소가 있었다. 이는 게임의 후반부 까지 이어졌고 게임 전체의 레벨디자인들이 치밀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임을 알 수 있었다. 각자의 구역이 개별적으로 따로따로 끊어져 있는 RE3 와는 정말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럼 따로따로 끊어져 있는 구역들만 비교해 봤을 때 RE3가 훨씬 볼륨감이 넘쳤나? 그것 또한 아니다. RE2도 주 무대는 R.P.D. 본청이었으나 하수구 챕터나 연구실챕터 등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챕터가 존재했지만 RE3보다 규모나 레벨디자인의 크기는 조금 더 컸으며 통로개방 진행, 깊게 탐사해야 하는 퍼즐들을 배치해 놓음으로써 실제 구역 같은 느낌을 주는 바 동시에 질 높은 분량을 주었다. 반면 RE3는 그런 것들을 너무 많이 빼놔 RE2에 비하면 너무나도 빈약한 수준이다.

더 안타까운 건 RE2에 있던 R.P.D. 본청 건물의 레벨 일부를 그대로 재탕했으면 그만큼 다른 레벨들을 신경을 써야지 그렇게 한번 날로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정도 밖에 못한 이들이 도대체 뭘 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RE2에 있었던 좋은 요소들이 대부분 축소 및 제거.

RE2의 합판 이라는 아이템은 R.P.D. 본청 중간중간 뚫려 있는 창문을 막는 유용한 용도의 아이템이었는데 이걸 어디에다가 사용해야 할지 플레이어를 충분히 고민하게 만드는 장치였으나 RE3에는 그런 장치가 빠져 있다.

RE2의 회복 아이템은 가짓수가 많았다. 중독을 치료하거나, 일시적으로 버프를 받거나, 물론 이 많은 가짓수를 조합을 통해서 제조가 가능 했었다. 그리하여 상황에 맞게 끔 뭘 조합해 들고 다녀야 할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요소였으나, RE3는 그런 것들을 대거 짤라버려서 단순하게 만들었다.

RE2은 유심히 관찰해서 특정 버튼을 누르거나 퍼즐 풀이가 필요한 아이템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RE3는 그런게 그냥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RE2에는 세이브 제한 난이도라는 훌륭한 난이도 선택지가 있었다. 세이브를 하려면 자원을 소모 시키는데, 그 자원까지 고려하며 게임을 해야 하기에 게임 내내 긴장감을 넘치게 만들었는데, RE3는 그런 난이도 선택이 없다.

RE2에는 플레이 하고자 하는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어 게임 진행을 색다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비록 초반부 몇몇 부분과 사용하는 무기가 다르더라도 전체적인 양상은 크게 다르다고는 할 수 없으나 리플레이 가치를 높이는데 한몫을 했다. 그러나 RE3에는 그런게 없다.

RE2의 퍼즐들은 다채롭고 양도 많았다. 반면 RE3에는 기억에 남는 퍼즐이 한두개 뿐이다. 위에 서술한 내용이지만 플레이어의 두뇌를 자극하는 퍼즐이 많았던 거에 비해 RE3의 퍼즐은 가짓수도 적고 있는 그것조차 깊이가 있다고 말 할 수준도 안된다. 퍼즐이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그냥 모든게 전작 RE2의 마이너 수준이다. RE2의 훌륭한 요소들을 대거 싹 잘라내 버렸으니 게임에 들어있는게 없다고 생각될 수밖에.

 

RE2보다 못한 RE3의 좀비들.

게임 시작 하자마자 거슬렸던 것은 좀비들이 특정 문짝을 넘어오지 못하는 것. 이게 어떤 문짝에서는 좀비가 잘만 넘어가다가 또 어떤 곳에서는 좀비가 안 넘어오고 하기도 하던데 RE2도 부분적으로는 그렇게 디자인 되어있긴 했으나 최소한 플레이어가 눈치채기 힘들게끔 만들었었고 R.P.D. 본청 안의 좀비들은 문짝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어 얘네들이 끝까지 나를 잡으로 오겠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주긴 했었다. 그런데 RE3에 특히 초반 바깥 야외에서 특정 문짝에 좀비들이 멀뚱멀뚱 거리면서 못 넘어오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작위적인 스크립트 행위를 관찰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생각없이 진행하다가 갑자기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지역도 있었고, 일관성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

RE2는 세이브와 창고가 있는 방에 절대로 어떤 좀비든 들어오지 않는 일종의 암묵의 룰이 있었다. 그래서 여기만 들어오면 안심하는 바 동시에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RE3도 똑같이 세이브 포인트 방은 안전지대이다. 이 곳에서도 좀비가 쫓아와 절대 안전지대는 없다는 걸 강조해야지 긴장감이 더 넘쳤을 텐데.

RE2에 플레이어를 제일 괴롭히는 보스격 좀비, 이름은 미스터X 인데 미스터X와의 접점은 정말 피말리는 사투 그 자체였다. 쿵쿵 거리는 발자국 소리를 내면서 드넓은 R.P.D.를 끝까지 쫓아올 기세로 집요하게 플레이어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혔다. 그렇기에 게임 진행에 있어 미스터X를 고려해 전략을 짜야 했다. 충분히 미스터X와 거리를 벌리고 미스터X가 다가올 경로를 예측 하고 다른 경로로 우회하는 등의 행위를 펼쳐야 했는데, 이게 게임의 마지막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기에 미스터X는 정말 까다로운 존재였고 그만큼 게임 플레이에 있어 흥분되는 요소였다. 물론 좀 작위적인 스크립트 배치 때문에 이상한 느낌을 받아 아쉬운 부분이 몇 개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미스터X는 플레이어의 긴장김을 크게 높이는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이번 보스격 좀비 네메시스는 미스터X에 비해 너무 빈약하고 모자른 존재다. 대형 무기도 쓰고 가끔씩 점프해서 플레이어 앞을 가로막지만 게임 내내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몇 없다. 처음 만났던 구역 안에서 쫓아오며 긴장감을 유발시키고 흥분하게 만들었으나, 그 때만 그랬을 뿐. 그 이후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가끔씩 스크립트식 연출 때 잠깐 등장했다가 다시 사라지고, 그거 몇 번 하면 중간 보스전으로 잠깐 상대하고 마지막 보스전 때 또 등장하고 끝이다. RE2의 미스터X에 비해 존재감이 없다. 심지어 어떤 가게 안에 들어갔더니 네메시스는 들어오지 않고 바깥 창문에서 멀뚱멀뚱 눈빛만 교환하는거 보고 긴장감이 팍 식기도 했다.

이는 위에 언급한 단점인 레벨디자인도 한몫을 하는데, RE2에는 주 무대인 R.P.D. 본청의 레벨디자인이 넓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기에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데 미스터X가 활개치는 것과 하모니를 이루어 게임 플레이의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그러나 RE3에 주 무대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의미 있는 구역도 없고 레벨디자인도 그렇게 구성되어 있지 않아 네메시스가 활동하기 에는 제약이 있을 수밖에.

보스전도 할 말이 없을 수가 없는데 RE2의 미스터X 보스전들은 패턴을 아는것과 동시에 순발력과 타이밍 계산을 요구를 해서 정말 피 말리는 진흙탕 혈투를 벌였다. 이를 악물며 발악이란 발악을 하며 힘겹게 미스터X를 처치하는 순간 커다란 성취감을 느꼈으나 RE3의 보스전은 패턴만 알면 그렇게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큰 어려움 없이 보스를 처치하고 나면 이게 끝이야? 하는 작은 황당함을 느끼게 된다.

 

의미가 없었던 강조된 액션성.

그나마 RE2와 달라진 점이라고 하면 총질 파트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인데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2명의 캐릭터, 메인으로 조종하는 질 발렌타인은 한정되고도 다양한 물자들로 버티고 해쳐나가는 컨셉인 반면 중간중간 등장하는 카를로스는 소총과 풍족한 총알로 마음껏 쏘고 다니라는 컨셉이다. RE2의 게임 내내 부족한 물자를 최대한 관리하는 컨셉에 대조되는데, 그래서 이 풍족한 총질 컨셉이 과연 의미가 있을 정도로 재미있었는가?

그렇진 않다. 카를로스는 그냥 총알 많이 달고 다니는 캐릭터 그게 전부다. 여기서 무언가 전략성에 특이점이 온 것도 아니고 하는 짓이라고는 빗나가지 않게 좀비의 머리를 정확하게 조준해서 쏘는게 전부다.

RE2에 잠깐 등장하는 에이다 웡과 너무 비교가 된다. 에이다 웡은 원격 해킹 장비를 통해 퍼즐들을 풀어나가는 게 흥미로웠던 반면 RE3의 카를로스는 그냥 총알이 많아 좀비를 많이 쏠 수 있다는 점 뿐인데, 그렇다고 좀비를 죽이는게 재미있지도 않고, 게임의 성격 또한 좀비 죽이는게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다.

좀비 죽이는 것에 재미가 포함되려면 치밀한 전략성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그런데 좀비 죽이는 것에 무슨 전략성이 있었는가? 오히려 좀비를 죽이는게 아니라 좀비와의 싸움을 피해 전략적 물자를 아껴 관리하는 행위가 재미있는 것이지.

중간에 방어전 하나가 있는데 이것도 그냥 그랬다. 주변에 전기충격을 가하는 발전기 같은 활용할 수 있는 환경적인 요소가 더 풍부했으면 큰 재미를 느꼈겠지만 고작 발전기 2개를 활용하면서 총질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 외에 회피시스템이 추가되었는데 설마 이걸로 게임 내내 다해 먹을 수 있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으나 다행이 이거에 의존해 게임을 날로 먹는 일은 없었다. 좀비들이 바글바글 있거나 특수한 좀비 상대로는 활용이 불가능에 가까웠고 네메시스의 공격을 피하는 용도도 처음에 네메시스가 쫓아올 때만 썼지 그 이후에는 네메시스와 마주치는 일이 별로 없었으니, 무엇보다 중반 후반부에 접어들면 쌓아 놓은 물자가 어느정도 풍족해져서 화력으로 맞서지 피하는 일은 거의 없다.

 

너무 RE2와 비교당해서 비판을 받아 억울할 수도 있겠는데, RE2의 비교를 하지 않는다는 선에서 평가를 해도 짧은 플레이 타임과 적은 개수의 퍼즐, 디테일 떨어지는 작은 규모의 레벨디자인 등 좋게 쳐줘도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평작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다.

 

전작 RE2의 요소들을 전부다 가져왔는데 그것들을 반으로 뚝 쪼개서 내놨다고 하면 적절한 설명이다.

RE2의 확장팩 수준밖에 안되는데, 성공한 게임의 확장팩들은 실험적인 요소나 특이점 및 과감한 변화를 주기도 하지만 RE3는 그런게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요약

전작 RE2의 반쪽밖에 안되는 실망스러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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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지루한 참호전과 영화적 컷씬에만 치중한 레일슈팅 게임에 질려 있었을 무렵 새롭게 출시된 둠은 시작하자마자 악마들을 패대기 치더니 총으로 머리통을 터트리고 찢어 죽인다음 쓸데없는 서론 따위 집어치우고 바로 본격적으로 들어가 그토록 원했던 게임을 만났다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게임의 스타일은 클래식 둠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불꽃과 피가 튀기는 전장에서 수많은 악마의 무리들이 몰려오고, 민첩한 몸을 이끌며 숨막힐 정도로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악마들을 찢고 죽이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잔혹하면서도 화려했다. 3 이후 12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둠은 그야말로 찬란하기 그지 없었다. 다시 왕의 군림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단점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게임의 전투 양상이 너무 반복적인 문제. 계속 비슷한 지형에 똑 같은 악마들이 순차적으로 나온다는 점. 전체적인 밸런스 문제. 특정 룬 조합이 사기적이고 특정 무기들, 가령 모든 악마들을 한두방에 보내 버리는 더블배럴샷건이 너무 좋다는 점. 이것 때문에 후반부에 게임이 지루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아쉬운 부분이 있었으나 훌륭한 게임이 분명했으며 후속작이 기대되는 게임이었다.

 

그리고 둠2016(이하 전작) 그 정신을 이어받아 후속작 둠 이터널이(이하 이번작) 출시되었다.

 

게임 시작과 동시에 걸죽한 배경음과 오프닝영상이 나오고 약간 인내와 함께 짧은 시간을 기다리면 오프닝이 끝나고 곧바로 악마를 쳐죽이기 시작한다. 시원시원하게 날렵한 몸으로 민첩하게 움직이며 처음 주는 무기조차 강력한 화력을 자랑한다. 전작은 처음주는 무기 권총이 정말 쓸모 없어서 무기 2~3개만 얻어도 권총무기는 업적달성 말고는 꺼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작은 아예 빠졌다. 둠 시리즈의 상징적인 무기가 없어졌다는 아쉬움이 있으나 밸런스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차라리 이게 더 낫다. 차라리 권총무기가 사용 빈도를 높이도록 컨셉을 재개편 하는 편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게임의 전반적인 구조는 전작의 둠2016 과 같은데 전작의 구조가 워낙 훌륭해서 여기에 큰 변화를 주기 보다는 약간의 요소를 추가하고 좀더 개선하거나 다듬는 것을 선택했다. 전작의 입이 아프도록 칭찬했던 부분들, 여러 무기를 가지고 숨막힐 정도로, 발바닥에 불붙은 것처럼 이곳저곳 뛰어다니면서 악마를 잡아 족치는 구조. 전투 양상이 그냥 생각없이 죽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전투가 전략적이다.

첫번째로 스윽 둘러보며 전장의 구조를 파악하고

두번째로 밀려오는 악마들의 규모와 종류를 파악한다.

세번째로 악마들에게 포위되어서 더 이상 유리한 전투가 불리해 졌을 때 탈출 활로를 찾아야 하며

네번째로 전략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다시 전투를 진행하고 상황이 불리해지면 다시 탈출 활로를 찾는 것이다.

이게 전작 둠(2016)의 주된 전투 양상이었는데 배경은 다를지언정 전장의 구조가 대부분 넓고 중앙이 탁 트인 구조였기에 플레이어에가 주도권을 가져가는게 쉬웠다는 점이 있었기에 그런 전투양상을 띄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둠 이터널은 전장의 구조가 의미를 갖을 수 있도록 다양해졌다. 위의 설명대로 넓고 중앙이 탁 트인 구조가 나오기도 하고 탁 트이지 않고 구조물이 있는 전장도 있으며 1층 구조의 전장도 있고 3층까지 있는 고층 구조도 있다. 그냥 단순한 구조의 전장은 몇 없다. 더 복잡해진 배배 꼬이고 꼬인 구조와 다양한 경로, 포탈과 점프발판, 철봉(이건 전작에도 있었던 부분이긴 하다) 거기서 더 나아가 둠 이터널에는 발목을 잡아 점프를 할 수 없는 진흙장판에 체력을 깎아 먹는 전기장판까지 추가되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전장의 구조를 숙지하며 더불어 전장의 환경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하는게 더 중요해졌다. 즉 개성 넘치는 레벨디자인들을 배치해 놓음으로써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했다.

 

악마들을 파악하는 것도 전작보다 더 중요해졌다. 전작도 악마들의 개성과 대응 방법이 다양했으나 거기서 더 많은 개성의 악마들이 추가되었다. 초반부터 뉴비들의 숨을 멎게 하는 네발달린 악마 아라크노트론과 공격뿐만 하는게 아닌 뒤에서 쉴드를 쳐주며 지원해주는 카르타스, 순간이동으로 언제 등 뒤에서 치고 들어올지 모르는 프로울러 등등 여러 추가된 악마들로 플레이어가 숙지 및 전략을 고려해야할 대상들이 더 늘어났다. 추가된 다양한 공격 패턴을 구사하며 악마들은 무수히 많은 총알과 화구를 쏟아 붓고 플레이어는 그걸 날렵한 몸으로 피해야 한다. 그렇다. 엄폐물에 숨어서 고개만 내밀고 쏘는 참호전 따위보다 이렇게 빗발치는 총알을 피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는 것이다.

거기에 끝난게 아니라 전체적인 악마들은 약점이라는 개념이 생겨 이 약점을 매맞기 전 강력한 화력을 뿜어내지만 약점을 맞으면 무기력해지기에 이 약점 또한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좀비들도 전작은 그저 체력과 총알을 주는 셔틀 같은 존재 혹은 두주먹 거리밖에 안되는 귀찮은 존재였는데 이번작에는 좀비들 중에 무려 총을쏘고 화염방사까지 쏘는 놈이 몇몇 섞여있어서 총알과 체력을 줄수는 있을지언정 간혹가다 플레이어를 당황하게 하여 어느정도 신경써줘야 한다.

전작은 초반부터 악마의 종류 가짓수가 하나씩 늘어나지만 중반부와 후반부 사이부터 더 이상의 악마 종류 가짓수가 추가되지 않아 전투 양상이 똑같아지는 악순환을 가속화 시키는데 일조하지만 이번작은 추가된 악마의 가짓수가 많아 그러한 일은 없다. 똑 같은 악마를 상대하는게 지루할 때쯤 새로운 악마를 추가시키고, 또 지루할 때쯤 보스전이 시작되어서 보스를 두들겨 패서 죽였더니 다음 전투 때 그녀석이 등장하고, 또 새로운 악마가 추가되고 또 보스전이 시작되고 그놈을 죽이면 다음 전투때 그놈이 등장한다. 이 모든 순간이 똑같은 악마를 상대하며 지루해질 때 라는 절묘한 타이밍에서 바뀌며 놀랍게도 게임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일어난다.

간혹 머로더의 디자인이 안좋게 보일 수 있다. 무려 BFG와 크루시블까지 막아내는 만능 방패로 졸렬하게 싸우는데 전투가 늘어지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개별적으로 봤을 때의 이야기이지 전체적인 양상으로 봤을 때는 의미가 크다. 머로더 한마리만 있을때는 그냥 시간만 걸릴 뿐 하찮은 존재이지만 각종 악마들과 단체로 있을 때 이 한놈을 잡으려고 집중하려면 측면으로 다른 악마들의 공격에 노출되어 위험하니 최대한 거리를 벌리면서 다른 악마들을 모두 죽인 다음에 만만할 때 처리하는, 까다롭지만 어쩔 수 없이 처치를 제일 마지막에 둬야하는 존재이다.

헤비급 악마들을 다 죽이기 전 총알받이, 즉 잔챙이들이 꾸역꾸역 리스폰되니 헤비급 악마들을 우선적으로 죽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동시에 잔챙이들을 통해 자원과 체력을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양면성이 존재하기에 고려하고, 또 생각해야할 부분이다.

 

무기는 대대적인 밸런스 개혁이 이루어졌다. 전작은 전기톱의 화력이 너무 강하여 거대 악마를 한방에 무찔러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기선제압을 했고 근거리는 더블배럴 샷건으로 다 잡아내고 멀리있는 적은 가우스케논으로 다 잡아내니 결국 쓰는 무기가 한정적이고 구사하는 전략도 단순했지만 이번작은 나쁘지 않게 말하면 악마들의 맺집이 강해졌다고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무기들이 하향평준화 된 느낌이 있다. 더블배럴 샷건의 강력한 화력에 대부분 1~2방에 나가떨어졌던 전작에 비해 이번작은 헤비급 악마가 3번을 정통으로 맞아도 끄떡 없는 경우가 있다. 이것처럼 악마들이 생각처럼 쉽게 나가떨어지지 않기에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화력을 퍼부어야 비로소 죽는데 전작에 비해 소지할 수 있는 총알 탄입대도 박하게 줄었다. 그렇기에 한 무기만을 계속 사용하다 보면 총알이 바닥나 어쩔 수 없이 다른 무기를 교체해 가면서 사용하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양한 무기를 써야 하니 이는 자연스러운 분업화로 이어진다.

그래서 전기톱의 포지션이 달라졌고, 중요도가 강조되었다. 전기톱으로 써는 순간 수많은 총알들이 튀어나와 부족한 자원을 보충해주는데, 즉 강력한 화력보다는 자원을 보충해주는 지원무기 포지션이 되었다. 그렇다. 이번작은 악마를 쓸어버리는데 초점을 맞춘 화력 무기와 총알을 주는 전기톱을 비롯 방어구를 내뱉는 프레임벨치 그리고 적들을 잠시동안 묶어주는 빙결수류탄 같은 지원군 무기의 개념이 확실히 구분되었고 쿨타임 방식이기에 마이크로 컨트롤 보다는 꾸준한 타이밍을 유지하는 매크로 컨트롤에 가깝다.

 

종합적으로 전투를 평가하면 플레이어는 무수히 빗발치는 악마들의 총알과 화구를 피하며 동시에 정확한 조준으로 악마들의 머리통을 날리는 극악의 컨트롤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쿨타임 보조 무기들의 쿨타임을 제야하고 동시에 남은 총알들을 파악하고 계산해가며 싸워야 하는 복잡하면서도 똑똑하고 빠르고 정신없는 전투를 요구한다. 전작보다 모든 면이 개선이 되었다.

 

이 전투가 확실하게 체감되는 곳은 전작에서도 큰 재미를 주었고 이번작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투기장 전투다. 스테이지 곳곳마다 이곳이 투기장이다 라고 대놓고 써있을 지경이니, 투기장은 아예 플레이어를 탈출할 수 없는 막다른 공간에 몰아넣고 제대로 밀어붙이는데 위의 길게 열거해 놓은 치열한 전투 과정을 거치고 처음 등장하는 악마들을 다 죽여도 그 다음 단계의 악마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등장해 완전히 끝이 날 때까지 긴장을 놓아서는 안되는 전투를 이어가다가 비로소 악마들을 모두 무찌른 다음 성취감 이라는 전리품을 안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다고 투기장 외 지역에서 펼쳐지는 전투가 허술한가? 그것도 아니다. 투기장 전투와 투기장 외 전투의 차이는 단계적으로 걸쳐서 적들이 리스폰 되느냐의 차이일 뿐, 맨큐버스나 머로더 같은 헤비급 악마들은 가는 길목이나 골목에서 빈번히 마주치는데 이 악마들이 워낙 한방한방 맞으면 꽤 아프기 때문에 긴장 풀고 가다가 몇대 맞고 빈사상태가 되거나 순식간에 죽을 수 있다.

 

전투가 없어진 그 이후에 간단한 퍼즐을 풀고 가야할 경로를 찾아 점프 발판을 밟고 벽을 짚고 점프로 뛰어 넘나들거나 혹은 물속을 허우적거려야 하는 플랫포머 부분이 나온다. 치열한 전투를 끝마치고 잠깐이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작도 이런게 있었는데 차이점 이라면 전작은 플랫포머 구간이 개수가 많진 않으나 일단 플랫포머 구간이 시작되면 규모가 어느정도 있고, 길었기에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었다. 반면 이번작은 플랫포머 구간이 훨씬 많고 좋다고 기억될 만한 컨셉이나 환경도 여러 개 있었으나 규모가 전작의 플랫포머 구간에 비해 살짝 작고 짧게 끊어져서 크게 스테이지단위로 보면 어떠한 컨셉의 플랫포머가 있었는지 기억은 나지만 짧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짧아서 그냥 치열한 전투 후 잠깐 쉬라는 휴식타임 수준밖에 안되었는데, 차라리 스테이지 마다 정말 길고 규모가 큰 플랫포머 구간 딱 하나씩만 더 추가 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디테일 이야기를 떠나 비록 플랫포머 구간이 제일 긴장감이 덜 하고 손이 덜 타는 부분이지만 계속 잔뜩 팽팽히 당기는 긴장의 끈을 잠시동안 풀어주는 장치로써는 좋았다.

 

그 밖의 눈에 띄는 거슬리는 부분이라면 정신없는 전투를 하고 난 직후에 잠깐 컷씬이 나오면서 어디 가야할지, 가령 닫혀있던 문이 열리거나 혹은 끊어진 다리가 놓인다던가 등등의 컷씬이 나온다. 5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기에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고 지금이라도 빼 버려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법한데, 그냥 빼버리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종합적으로 정리해보자면 이번작은 전작의 모든 요소를 가져와서 다듬고 개선하고 발전시켰다. 볼륨도 커졌다. 즉 전작의 탄탄한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작의 압도적인 화력을 뿜어내던 컨셉이 약해졌고 뜀박질만 정신없이 하는 퀘이크 컨셉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 어떠한가, 여전히 둠 슬레이어의 잔혹하면서 마초스러움은 변함이 없고 제일 중요한 전투가 훨씬 재미있어 졌는데.

스토리가 부실하다고 지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스토리 따위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어차피 스토리는 포르노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데. 제일 중요한 게임 자체의 기본에 충실하면 그만이지.

단 이번작이 전작에 비해 혁신이 없다는 점은 맞다. 전작의 틀에 뭔가가 더 추가된 것은 없다는 것에 이견은 없다. 그러나 이번작은 오로지 전작을 다듬고 고치는 것에 집중했던 게 목표였고 결과적으로는 목표는 성공했다. 새로운 둠 시리즈를 더 완벽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적인 무언가를 추가하는 것은 그 다음 작에 기대하면 되는 일이다.

 

길고 긴 시간의 기다림 끝에

2016에 출시한 둠이 클래식 둠의 정신을 훌륭히 이어받는 왕의 귀환이었다면

둠 이터널은 화려한 왕의 승전곡이라 불러도 과함이 없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다음 작품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요약

훌륭한 전작을 개선하고 다듬어 더욱더 훌륭하게 빛낸 작품.

Posted by Chief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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