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 야생의 숨결(이하 야숨)의 첫 인상은 대단했다.

동굴 같은 사당을 벗어나 광활한 대지에 푸른 잔디밭과 눈부신 햇살 저 멀리 펼쳐진 유적들과 산의 광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이런 아름다운 월드를 누빌 생각에 잔뜩 기대와 흥분을 했다.

그리고 나의 기대에 맞게 야숨은 뛰어난 방식으로 오픈월드를 표현하였는데 월드에 관해 플레이어에게 어떠한 안내나 설명을 주지 않는다. 제대로 된 지도 없이 플레이어가 직접 주위를 둘러보면서 주변을 한눈에 관측하기 쉬운 고지대를 찾는다. 고지대를 찾으면 직접 그쪽으로 향하여 정상까지 올라간 다음 탑을 찾는다. 탑을 찾으면 다시 그쪽으로 향하여 탑을 올라가자 드디어 지역에 관한 지도를 입수하게 된다. 그 지도를 토대로 또다시 높은 탑위에서 주변 일대를 관찰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 목적지를 플레이어가 직접 마커를 한다. 마커를 하고 나는 순간 준비는 다 마친 샘.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플레이어가 고지대에 올라가 전망 좋은 곳에서 월드를 둘러보며 관측행위를 하고 계획을 수렴하여 행동을 하게 만드는 과정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아름답게 꾸며진 월드가 게임 플레이와 자연스럽게 융합된 형태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지역 지도를 입수하고 사당 몇 개를 점령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디테일에 관해 아쉬움이 느껴진다.

첫번째로 야숨에서는 인카운터 라는 개념이 약하다. 아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필드에서 마주칠 수 있는 건 보코블린이라는 괴물은 게임내내 지겹도록 마주치게 되는데 이들이 야지에서는 자기 구역이 뚜렷해서 곧 마주치게 된다는 예측을 쉽게 할 수 있고 동시에 쉽게 피할 수도 있다.

간혹 이가단 자객과 마주쳐서 전투할 때도 있으나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그리 위협이 될 만한 스펙또한 아니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다. 차라리 뜬금없이 마주치는 가디언들 이야말로 큰 긴장감을 주는 존재다. 정말 아픈 원거리 공격을 쫓아오면서 쏘아대니 타겟팅 당하면 얼른 엄폐물을 찾기 급급하다.

그 외에는 플레이어에게 적극적으로 긴장감을 주는 인카운터나 무언가가 없다. 야간에 스탈 리잘포스나 박쥐떼가 종종 등장하지만 폭탄 업그레이드하고 나는 시기에는 그저 위협이라기 보다는 귀찮은 존재가 될 뿐. 아니면 페스트 트래블을 써서 마을로 귀환한 다음 낮이 될때까지 쉬었다 오면 된다. 전투 중 불리하거나 후퇴가 필요할 때는 지도를 열고 페스트 트래플을 써서 귀환을 해버리면 그만이다. 길을 잃어버리거나 물자가 부족해서 더 이상 앞을 나아가지 못해도 페스트 트래블을 써서 귀환하면 그만이다. 이 제약도 없이 마구 남발하는, 심지어 교전 중에서도 아무런 패널티 없이 페스트 트래블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진다.

의미 있게 작동되고 있는 시뮬레이션 같은 요소가 없기 때문에 그 넓은 월드가 맵만 넓지 속은 얕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추워서 방한복이 필요한 구역이나 방열복이 필요한 구역, 습지대, 평야, 험준한 바위계곡 한없이 펼쳐진 바다 등 각 지역마다 뚜렷한 특징과 개성을 가졌고 맑은날, 비가오는 날, 천둥이 쳐서 금속계열 무기 사용에 제한이 있는 등 유동적인 날씨변화는 좋았으나 이걸 통해서 플레이어가 치밀하게 전략적 계획을 수립하도록 유도하는 데에는 부족했다.

특정 지역의 지도개방 후 한번 주요 부분들을 훑고 나서 사당들을 방문한 다음 몇 가지 숨겨진 아이템들을 입수하고 나면 그 지역에 다시 방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간혹 입수하지 못한 아이템 및 서브퀘스트들 때문에 재방문 하는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단한 첫 인상에 비해 어느정도 성장을 한 중반부터 월드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퀘스트의 구조에 대해서는 칭찬할 점이 많다. 서브퀘스트나 사당찾는 퀘스트들은 모두 퀘스트 마커를 주지 않는다. 정확히는 의뢰자 에게만 퀘스트 마커가 뜰 뿐이고 절대로 지도에 어떠한 마커나 표식을 띄워주지 않는다. 미약한 정보 하나만을 가지고 추측하고 그와 관련된 지역에 가서 조사한 후 퀘스트를 완수하거나 아니면 관련된 물품을 입수를 해서 의뢰자에게 보상을 받는 식이다. 플레이어가 직접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든 후 답을 내게끔 유도하는 방식은 매우 좋았다. 그러나 서브퀘스트들이 메인퀘스트와 직접적으로 얽혀있지 않고 게임의 설정과 배경스토리 설명 정도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게임 플레이를 통해 게임 배경설정을 알려준다는 방식에 대해서는 칭찬할 부분이다.

그러나 왜 메인퀘스트들은 친절하게 띄워주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특정 지역의 기역입수 퀘스트를 제외하고 모든 메인퀘스트들은 친절하게 마커를 띄워주었다. 대화를 하면서 커다란 특징들을 알려주어서 사실상 마커가 불필요 함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마커를 띄워주는 행위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야숨에서는 몇 가지 형태의 던전이 등장하는데 지겹도록 마주치는 던전이 바로 사당이다. 야숨 월드의 전역에 숨겨진 수많은 사당은 개성 넘치는 퍼즐들로 플레이어가 지닌 도구들을 통해 풀어나가는 것이 흥미로웠으나 너무 짧다는 점, 보통 매커니즘 활용이 두번, 많게는 세번 정도, 심지어 너무 짧아서 이게 끝인가? 숨겨져 있는 장치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했던 적도 있다. 허나 그 수많은 사당들이 중복된 퍼즐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퍼즐을 만들어내면 아이디어나 소재 고갈로 똑같거나 비슷한 매커니즘의 퍼즐을 재활용하는 경우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이 모든 퍼즐들이 각자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하지만 중복된게 없는 건 아닌데 소형 가디언 잡는 게 전부인 사당들이 많았다. 그것도 거슬리는 수준으로. 고작 초급중급상급으로 나누는 게 전부였고 발목까지 불이 찬 지형이나 기둥이 있고 없고의 지형차이 뿐이라서 하고 나면 보람참을 느낄 수가 없었다.

사당 퍼즐이 짧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이건 일종의 워밍업이었다. 이 사당퍼즐은 신수퀘스트로 커다란 빛이 되어준다. 신수퀘스트는 지금까지 사당을 통해 배워왔던 퍼즐의 총 집합이자 시험이다. 신수 안은 복잡하면서 거대한 미로의 형태를 띄웠는데 그 안에 많은 퍼즐들이 배치된 것뿐만 아니라 플레이어가 직접 신수를 조작해 내부 구조를 변형시켜서 해쳐 나가야 한다. 신수퀘스트는 그야말로 치밀하게 구성된 최고의 던전이다.

그에 비해 마지막 무대가 되는 하이랄 성은 퍼즐같은게 전무했고 그저 수많은 피통많은 괴물들과 치열하게 싸우는 것뿐이어서 신수퀘스트 만큼의 재미는 없었다.

이밖에 로메이 미궁은 짧다는 점이 아쉬웠고 코로그의 숲에서 펼쳐지는 이벤트들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야숨은 퍼즐과 던전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게임이다.

 

전투에 대해서는 그다지 말할게 없다. 굳이 말하자면 심심한 정도. 전투에 비중이 그리 큰 게임이 아니다. 적의 가짓수는 별로 없고 색상놀음이 심하며 플레이어가 전략적으로 무언가를 행동할 수 있는 것 또한 적다. 그나마 독특한 패턴으로 구성된 보스전은 할만했다.

 

총평으로는 젤다 야생의 숨결은 상당한 명작임에 분명하다. 오픈월드를 비롯해 몇몇 부분들이 아쉬웠으나 전체적으로는 정말 뛰어난 게임이며 후속작 야생의 숨결 2가 기대될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Posted by Chief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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