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대단하고 뛰어난 게임성을 보여준 아케인이 또다른 작품을 내놓았다. 데스루프는 이전 아케인이 내놓았던 프레이 DLC 문크래시의 확장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루프 속에서 플레이어는 이 지옥 같은 루프의 연쇄고리를 끊기 위해 정보와 단서를 찾아야 한다.
- 아케인 스타일이 잘 묻어나온 수준높은 레벨디자인
데스루프 에서는 듀토리얼 지역을 제외하고서 고작 4개밖에 안되고 규모가 작은 지역들을 제공하고 있지만 레벨디자인의 명가 아케인 답게 그 4개의 지역들은 정말 디테일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모든 지역들이 어떤 구역을 가든 오브젝트들과 장치들이 빽빽이 배치되어 있고 각 구역들은 기억에 뚜렷하게 남는 특별하고 개성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게임의 엔딩을 보고 난 후 게임 스크린샷 한장만을 던져주면 ‘아 이거 그 지역의 거기네’ 라고 단번에 말이 나올 정도로 기억에 뚜렷하게 남는다. 거기에다 각각 구역들이 연결되어 있는 통로나 길은 수십개는 되어 넓고 다양한 접근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과 그 거리와 구역들이 정말 현실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요새 맵만 무식하게 넓고 디테일함이 없는 몰개성한 오픈월드게임에 비판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 이미 아케인은 그 해결법을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그 제시하고 있는 아케인은 업계의 모범이다.
- 타임루프 라는 독특한 게임 시스템
이름 그대로 이 게임의 메인 핵심이자 이 게임을 유니크하게 만들어 주는 특별한 시스템이다. 이 게임의 목표인 타겟 7명의 VIP들을 한꺼번에 죽여야 하는데 이들이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두 다른 지역과 다른 시간대에 흩어져 있어 한꺼번에 죽이는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들이 함께 모이도록 판을 짜야 한다. 그래서 그들과 관련된 정보를 모으고 뒷조사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하고 정보 하나를 얻기 위해 몇번이나 하루를 반복해야 한다. 하루에 한꺼번에 정보를 다 수집할 수 없게끔 설계된 건 이 게임이 그만큼 치밀하게 디자인 되어있다는 뜻이다. 가령 어떤 정보는 오전 시간에 어떤 지역에서만 입수가 가능하다. 그래서 그걸 얻으려면 아침 되자마자 중앙 시설로 가 전력을 해당 지역으로 보내줘야 한다. 그런데 또 다른 정보는 아침시간대에 중앙시설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얻을 수 있으므로 플레이어는 둘 중 어디를 먼저 갈 지 선택을 해야 한다. 이밖에 오전에만 방문할 수 있는 구역, 오후에만 운영되는 건물, 밤에만 파티가 열려 특정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순간, 그 뿐만이 아니라 앞서 전력을 특정 구역에 보내는 행동처럼 앞서 선택했던 행동들의 영향이 그 다음시간대에까지 영향을 미쳐 구조나 적인 영원주의자들의 배치에 영향을 주는 등 각 시간대와 구역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이 모든 것들을 플레이어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한다. 정말 치밀하고도 훌륭하게 디자인된 게임 구조를 갖추고 있다.
- 뭔가 아쉬움이 남는 전투양상
데스루프의 전투는 크게 두가지로 선택된다. 잠입과 전면전. 아케인의 훌륭한 레벨 디자인 덕분에 깊이 있는 전략을 어느정도 구사하고 있다. 디테일 하고도 현실 같은 구조의 레벨 디자인은 다양한 침입과 도주 가능한 경로, 숨을 수 있는 은엄폐 구조물은 어딜 가나 있고 다양한 구조를 갖춘 야외와 실내와 골목길 장소들은 플레이어가 원하는 전략을 구사해 줄 수 있는 레벨디자인이다. 그러나 훌륭한 레벨디자인처럼 전투부분에 좋은 점도 있었으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우선 적들의 AI가 다소 애매한 편이다. 바로 옆에서 동료의 배때기를 칼로 쑤시고 동료가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시야각이 좁고 눈치가 없다. 제대로 위치만 잡고 저격총을 들어 쏘기 시작하면 한 구역의 전 영원주의자들을 쉽게 소탕 가능하다. 이건 게임을 진행할수록 문제가 심화된다. 강력한 도주스킬과 강화스킬을 입수하고 나면 아무리 위치가 발각되고 적들에게 포위되어도 손쉽게 상황을 뒤집어 버린다. 그뿐 만이 아니라 적은 오로지 인간형 적 하나뿐이고 무장도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다양성이 현저히 부족하다.
그나마 네비게이션으로 시야각을 친절히 보여주지 않아서 다행이었고 갑자가 총성이 들리면 바로 엄폐하는 행동은 좋았으며 감지 포탑과 경보기 지뢰들을 이용해 전투 양상에 변수를 주려고 했으나 결국 갈수록 전투의 깊이가 드러나고 초반에 어느정도 긴장감을 주었던 적과의 전투는 후반부가 되면 귀찮음으로 변질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게 위해 줄리아나를 도입한다. 진행 도중 종종 침입을 하여 플레이어와 동등한 능력과 총기를 사용하고 타겟팅을 지정해 영원주의자들이 플레이어 쪽으로 몰리게 하는 등 플레이어를 괴롭혀 조금이나마 긴장감을 주기는 하지만 줄리아나의 AI도 그다지 신통치 않아서 결국 가지고 놀게 된다. 일반 병력의 AI가 무능하면 줄리아나의 AI 만큼은 신경을 썼어야 했으나 비슷한 AI를 탑재하고 있었다. 그럼 하다못해 줄리아나의 신체적인 스펙 혹은 능력을 대폭 강화 시켰어야 했으나 그것도 하지 않았다. 결국 온라인 멀티플레이까지 도입시키게 된다. 이런 게임 디자인 문제의 책임을 플레이어들에게 전가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마저도 전투가 너무 정신없는 순삭 전투에 한번 물리치면 두번은 침입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물리치고 난 이후에는 긴장이 풀리며 위에 언급했던 단조로운 아쉬운 전투 양상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어진다.
전투부분은 좋은 점도 있었으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 제대로 잡힌 게임의 방향성
그래도 이 게임은 전투가 핵심이 아니다. 단서를 수집하고 퍼즐을 풀고 상황을 분석하고 행동을 계획하는 등 전체적인 게임 흐름의 판짜기가 주된 핵심이다. 임무 시작 전 얻었던 정보들을 종합하고 방문할 지역들을 고민하는 부분은 이 게임에서 제일 재미있는 순간. 이 과정 속에서 플레이어가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게 된다. 임무 중 우여곡절을 겪고 임무가 잘 된 하루가 있는 반면 크고작은 실수로 아무것도 얻은 게 없이 마무리 짓게 되는 등 플레이어의 선택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그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플레이어 자신만이 경험이 담긴 스토리를 만들게 된다.
- 종합
플레이어의 경험과 선택을 존중하는 아케인은 또 하나의 명작을 내놓았다. 심지어 실험성이 돋보이는 특별하면서도 유니크한 게임이다. 아쉬운 부분이 여럿 있었고 다소 짧은 플레이 시간 또한 아쉬움이 남으나 뛰어난 게임성 때문에 그만큼 게임이 짧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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