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게임)

바이오 하자드 빌리지 (Biohazard Village)

ChiefSmith 2021. 5. 14. 21:18

이번 바이오하자드 (이하 바하) 8편은 어디까지나 바하7을 기본 베이스로 하여 몇가지의 변환점을 섞어놓은 작품이다.

호러 어드벤처라는 장르에 걸맞게 전작 바하7처럼 탐험의 요소가 강조된 게임이다.

그리하여 탐험이라는 말에 걸맞게 깊고 탄탄한 구성이 되어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는 않다. 바하8은 작게 봤을 때는 비 선형적인 게임 진행을 갖춰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되는 무대에 오르게 되면 플레이어에게 무엇이 목표인지를 확실히 보여줌으로써 플레이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생각하고 예상을 할 수가 있다.

그리고 방안을 뒤져 숨겨진 단서를 찾고 다음 지역으로 가는 길을 막아 놓은 문을 열기위해 열쇠를 찾아 주변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수색하는 등 탐험의 행위는 이 작품의 근본이자 정말 재미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 탐험을 하는 범위나 지역의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다. 겉으로만 보면 디테일한 방들이 모이고 뭉쳐서 어느정도 규모를 갖춰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방들이 서로 유기적인 연결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맵의 구성도를 설명하면 이렇다. 챕터가 시작되면 허브 역할을 하는 곳에서 게임이 시작된다. 탈출할 수 있는 문이 앞에 놓여있는데 탈출을 하려면 가면 4개를 가져와야 한다. 가면을 하나씩 찾기 위해 뛰어다니기 시작하는데 작은 규모의 장소가 우선적으로 열리며 그쪽지역에서 탐험을 하고 퍼즐을 풀고 한바탕 전투를 펼쳐서 가면 하나를 입수하고 나면 다음 가면을 찾기 위해 또 하나의 소규모 장소가 열리게 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전에 방문했던 장소들을 둘러볼 필요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작은 규모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기서 다 해결을 마치게 되는 구조다. 이전 장소로 돌아갈 때는 입수하지 못한 유니크 아이템을 찾기 위함 말고는 없으며 이 유니크 아이템이 게임 진행에 있어서 필수인 것 또한 아니다.

이건 게임 전체를 봤을 때도 확실하게 보인다. 처음 입성하는 성 파트를 마치고 난 다음 모든 길로 통하는 중심부 허브지역으로 가게 된다. 사각 플라스크를 모두 입수해야 한다는 목표를 받은 후 무조건 언덕 위 저택으로 가야 하며 거기서 일을 모두 끝마치면 무조건 그 다음은 저수지이며 그 다음은 공장으로 가야한다. 역으로 처음부터 공장으로 간다는 선택지는 없으며 그 지역을 완수하고 나면 아예 통째로 해당 지역을 차단시켜 버림으로써 다시는 갈 수 없도록 막아 놓는다.

즉 게임이 탐험을 강조하여 비 선형적인 게임 진행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큰 흐름과 구성도는 선형적이다. 결국 게임 진행을 장기적으로 보지 못하고 매번 단기적으로만 보게끔 설계되었다. 길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효과는 있지만 게임의 깊이성을 상실하고 어느정도 규모가 있던 지역이 사실 모두다 따로따로 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길을 잃거나 헤매는 경우가 없었다.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가야 하는지 고민을 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도를 펼치는 이유가 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로 진행할지 경로를 짜고 생각하기 보다는 내가 발을 밟은 이 지역에 아이템을 다 입수했는지 안했는지를 확인하는 용도로 쓰인다.

(이것은 바하7도 동일한 문제였다. 바하7 또한 3개의 커다란 지역으로 나뉘어지며 무조건 순차적으로 가야하고 한번 갔던 지역은 다시 되돌아 가지 않았다)

뭔가 있어 보일법 했지만 그 깊이에 아쉬움이 남았던 탐험 파트였다면 액션파트는 어떤가? 우선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것은 나를 추격하는 죽일 수 없는 적이다. 이 특별한 요소 덕분에 게임에 긴장감을 높이고 지도를 펼쳐서 이 적을 어디로 유인하고 어디로 우회해서 마주치자 않을 지 전략적인 선택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 그 무적의 적 이라는 개념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첫 성 챕터에서 그 역할을 디미트리스쿠 여사와 세 딸들이 했었으나 빈약한 AI 때문에 손쉽게 따돌릴 수 있다. 플레이어를 잘 추격하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추격하다 말고 사라져 있는 상황도 발생한다. 추격하는 상황도 손에 꼽을 정도로 몇 번 없다. 리메이크 2편에 등장하는 미스터X는 그야말로 플레이어를 끝까지 쫓아올 기세를 보여줘 긴장감과 동시에 플레이어가 지도를 펼쳐서 어디 경로로 어떻게 가야 할지 철저히 계획을 세우게 만드는 요소였다. 반면 이번 바하8은 너무 초라할 정도다.

게다가 심지어 말도 안되는 안전지대인 세이브존 덕분에 더더욱 게임 진행이 쉬워진다. 적이 꽁무니까지 쫓아온다 한들 이 세이브존 안으로 발만 걸치면 시무룩 하면서 등을 돌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 버린다. 이 말도안되는 요소 하나 때문에 긴장감과 공포감이 넘쳤던 게임 분위기가 순식간에 식어버린다.

이 게임의 재미를 순식간에 반감시키는 요소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내내 등장했었다. 캡콤사는 이 요소를 없앨 생각은 앞으로도 절대로 없을 것이다.

 

전투파트도 그렇게 좋진 못했다. 애초에 이 시리즈 자체가 탐험과 어드벤처가 중점이었지 강렬한 전투와는 거리가 있었고, 이번작품 바하8 또한 전투 부분에 대해 딱히 내세울 점이 없다. 전투 양상이 특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번 단단한 맺집을 가진 좀비들과 조우하게 되나 많아봤자 넷 정도 나오는 것이 전부이며 교전이 일어나는 장소는 좁은 길목이 대부분이라 전투 양상이 쏘고 후퇴의 반복이다. 좀비들의 가짓수가 적지는 않았다. 9종의 좀비들이 등장 했었고 각 좀비들 마다 약점의 차이가 있고 민첩함의 차이가 있고 맺집의 차이가 있었으나 결국은 이 좀비들이 모두 근접공격을 하는 좀비들 이라는 것이다. 딱 두번 정도 원거리 공격을 퍼부었던 상황만 있었을 뿐, 그것마저 저격총으로 쉽게 제압을 했었다. 결국 플레이어는 좀비의 약점 공략과 거리계산 이 두가지만을 신경쓰기 때문에 전투가 특별하게 와닿지 않을 수밖에.

첫 습격 전투때는 이집저집 옮겨가면서 바리게이트도 치고 지붕위로 올라가서 다시 장소를 옮겨가면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였었는데 그런 전투는 그 이후에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와 달리 보스전들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다. 후퇴할 수 없는 링 위에서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고 보스는 각종 패턴공격을 구사하며 플레이어가 몸으로 익히고 대응을 해야 한다. 그냥 뒤로 빠지면 되었던 일반 좀비 전투와는 달리 몸소 패턴을 익혀가며 대응해야 했고 그런 보스전이 상당히 많아 상대적으로 덜 지루했다.

그리고 후반부에 본격적인 총기 액션씬이 등장하는데 이건 정말로 최악이었다. 뒤에 후술할 내용이므로 여기서 말하지 않겠다.

그 특별하지 않은 전투가 물자관리 시스템 덕분에 그나마 할만해진다. 매번 전투때마다 어떻게 총알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적을 죽이느냐가 관건이며 항상 가방에 총알이 몇 개 있는지 머릿속으로 계산해둬야 한다. 이번 작에서는 무제한으로 장비를 넣어둘 수 있는 개인상자를 과감하게 없애버렸다. 덕분에 훨씬 더 인벤토리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처럼 보였으나 동시에 조합용 아이템과 퀘스트용 아이템이 인벤토리에 간섭이 안되도록 바꿔 놓는 행위를 저질러 버렸다. 전작들은 인벤토리 함에 더 들고 다닐 공간이 없으면 사용하던 아이템을 과감하게 버리거나 사용했고 앞에 놓인 아이템을 잠시 놓아둔 다음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다시 와서 입수를 하는 행위를 했었다. 그러나 이번 바하8은 어느정도 인벤토리 확장 업그레이드를 하니 개인보관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벤토리 여유공간이 없어서 고민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나마 재료를 통한 아이템 조합 시스템은 건재하나 재료들을 무제한으로 들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예상하고 미리 아이템을 조합해 준비할 필요가 없이 탄약이 거의 바닥날쯤 그때그때 상황마다, 심지어 교전 중에서도 즉각 재료를 조합할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 활용도가 떨어진다.

바하4편에 처음으로 등장한 상인이 도입되었다. 돈을모아 상인을 통해 각종 아이템 구매를 할 수 있고 총기 업그레이드까지 가능하다. 그리고 돈은 곳곳에 숨겨진 아이템과 돈을 입수하거나 혹은 좀비를 죽여야 한다. 그리고 모인 돈으로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지 고민하게 된다. 결국 관리해야 될 자원이 하나 더 늘어난 샘인데 문제는 이게 게임 전체를 지배하는 자원이며 소지 제한이 없다는 너무 관리하기 쉬운 자원이라는 것이다. 이 돈 때문에 게임 진행에 많은 변수를 차단시켜버린 다는 것이다. 아이템을 습득 시 지금 나에게 절실히 필요한 아이템이 나오면 좋지만 그렇지 않는 아이템이 나와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게끔 유도 하는게 좋았을 텐데 그냥 모든 걸 할 수 있는 돈을 줘버리니 자원관리를 하는 게 아무런 부담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 이전작 바하7이나 리메이크작에과 달리 관리해줘야 할 지원이 하나 더 늘어났는데 오히려 생각할 게 줄어들어 버린 샘이다. 게임이 단순해 졌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 그나마 총기 업그레이드라는 기능이 생겨 큰 돈을 투자해 어디

쪽으로 화력을 집중시키고 그것에 따른 아이템 조합을 할지, 그리고 중간중간 새로운 무기가 던져졌을 때 기존의 투자해놨던 총기를 과감하게 버려야 할지 아니면 끝까지 들고 가야 할지 선택의 상황이 몇 번 나타났던 점은 좋게 봐줄만 했다.

 

이번 작에도 수많은 퍼즐들이 등장한다. 모든 퍼즐들이 그 게임의 배경과 분위기에 너무 잘 녹아 있다는 점은 상당히 칭찬할만 하다. 못만든 게임들의 퍼즐들을 보면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너는 이 퍼즐을 무조건 풀어야 해 라는 뜬금없고 납득이 안가는 연출들을 보여주는 반면 바하 시리즈에 디자인된 퍼즐들은 대부분 배경과 잘 어울리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었고 이번작 바하8또한 배경과 훌륭하게 어울려 정말로 내가 이 처지에 놓여 퍼즐을 풀고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퍼즐 디자인들이 조금이라도 다른 형식을 갖췄기 때문에 다 그 퍼즐이 그퍼즐이네 같은 소리도 나오지 않았으나 대부분의 퍼즐들이 장기적으로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즉시 해결하는 짧고 쉽고 분량이 작은 퍼즐 뿐이라 아쉬움이 들었다. 그나마 게임 내내 등장하는 퍼즐들 개수가 많았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았다.

 

각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챕터들을 나열해본다면

첫 성챕터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보여주는 파트이며 게임의 근본을 충실히 보여준 파트이다. 시작하자마자 4개의 가면을 구해야 한다는 임무목표를 확실히 전달받고 여러 개의 방들을 헤집고 다니며 좀비들을 죽이고 퍼즐들을 풀고 디미트리스쿠 여사와 세 딸들에게 쫓기는 게임진행을 보여주었으나 위에 언급한 다소 빈약한 탐험파트 빈약한 전투파트 시시한 AI 등으로 아쉬움이 있었던 부분이다.

 

두번째 저택의 인형의집 파트는 이 게임에서 제일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여기서는 무기 및 장비들을 모두 뺏어버리고 오로지 퍼즐만 풀게 된다. 챕터 전체가 퍼즐로 디자인이 되었다. 마지막 보스전은 지금까지 시리즈에 보지 못했던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되었으나 전체적으로 다소 분량이 짧고 지하실의 그 무지막지한 존재와 조우해서 대처하는 게 너무 짧을 뿐더러 쉬웠다는 점이 아쉬웠다.

 

세번째 저수지파트는 정말 이 게임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파트였다. 물 위에 놓여있는 나무판자를 타이밍에 맞춰서 넘어가는 게 전부였다. 한 발이라도 헛디디면 바로 미끄덩 해서 물에 빠져버릴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으나 실제로 물에 빠질 일도 없고 타이밍에 맞추는 것도 너무 쉬워서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단조롭고 시시함이 느껴졌던 파트다.

네번째 공장. 첫번쨰 성 파트처럼 탐험적 부분이 강조된 부분이며, 성 보다는 조금 더 탐험의 깊이가 있었고 강력한 적들이 다양하게 등장해 조금 더 긴장감 있는 전투를 펼쳤으나 위에 언급했던 계속 쫓아오는 무적의 적. 즉 디미트리스쿠 여사 같은 존재의 부제에 허전함을 느꼈으며 보스전은 보스전 답게 피말리는 전투가 아닌 간단한 미니게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 다음부터 갑자기 게임의 장르가 뒤집어지는 전개를 펼친다. 이 게임에서 정말 최악의 파트다. 지금까지 한껏 긴장감을 주면서 탐험을 하고 길찾기를 하던 게임이 총기를 들고 마구 난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보여주며 지금까지 몰입되었던 부분이 한순간에 확 달아나버린다. 호러 어드벤처 게임이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호러 어드벤처로 나가야 된다는 게임 장르적인 문제를 삼는게 아니다.

그냥 단순하게 이 게임에서 제일 재미없었던 부분이기 때문에 지적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구작 바하4편만 보더라도 총기액션 전투의 비중이 게임의 전체를 차지했으나 아예 전투 하나만을 집중했던 만큼 탄탄한 전투 디자인을 갖춰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바하4편은 전투지역이 대부분 넓으면서 각종 지형으로 구불구불하고 복잡하게 나있고 심지어 다층구조로 디자인 되어있어서 플레이어가 전술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아주 넓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적들이 근접공격만 하는 것뿐이 아니라 원거리 공격까지 해왔고 한술 더 떠서 우락부락 한 덩치 하는 녀석이 한대만 맞아도 훅 갈듯한 거대한 오함마를 들고 느릿느릿 천천히 걸어와서 플레이어를 압박해 오는 등 특별한 속성을 부여 받은 적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기에 그만큼 전투의 흐름을 파악하고 전술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즉 전략성이 높은 게임이었다.

당연히 그런 거에 훨씬 못미칠게 뻔히 보였고, 결과 또한 그랬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파트가 정말 짧았다는 점. 조금이라도 더 질질 끌지 않아서 천만 다행이었다. 차라리 전작처럼 DLC로 내놨어야 했을 부분이다.

 

대망의 최종 보스전이 시작되었고 최종 보스에 걸맞게 무자비한 패턴의 공격을 구사하며 진땀 흘리는 전투를 마치고 나면 성취감을 얻으며 엔딩을 보게 된다.

 

종합적으로 게임은 기존의 탐험이 강조된 호러 어드벤처 게임 장르를 그대로 가져온 체 몇가지의 부분에 변환점을 주었으나 그것들이 모두 긍정적인 결과를 낳진 않았다. 그리고 그 변환점 들이 기존의 게임 베이스 틀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떠한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했고 그것과는 별개로 기존의 게임성 부분에서 두드러지는 개선점이 없었기 때문에 전작에 있었던 단점들이 이번 작에도 고스란히 이어진 부분도 있었다.

내내 아쉽다는 말을 많이 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어느정도 할만한 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기본 베이스인 탐험요소가 짙고 다양한 퍼즐이 끼워져 있는 게임 디자인은 여전했다. 기본만큼은 해주는 탐험적 요소, 기본만큼은 해주는 다양한 퍼즐, 중요한 것은 최소한 전작 바하7만큼의 재미를 준 다는 것이다.

바하 시리즈를 재미있게 했다면, 전작 바하7을 재미있게 했다면 이번작 바하8 또한 해볼만 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